남자의 무심 미차운영자 아이디로 검색 2021.06.23 11:27 2,862 0 216939700% × 짧은 글주소 복사 복사하기 Note! '복사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내 컴퓨터 클립보드에 복사됩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54광장남자의 무신 남자의 무심(無心)나도 남자이고 남편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남자 편을 들게 된다. 남자가 밖에 나가서 돈 벌어오기가 얼마나 힘든 줄 여자들이 몰라도 너무 몰라준다. 상사 눈치 보지, 후배직원들은 치고 올라오지, 거래처는 빠져나가지, 수금은 잘 안 되지, 불경기에 손님은 점점 줄어 매상은 떨어지지........ 정말 남자들이 스트레스 받을 일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 밖에서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남편에게 오랫동안 같이 살아서 새로울 것 없는 아내가 애인 역할을 기대한다면 이건 거의 돌아가실 지경이다. 여기 소설의 일부분을 인용해보겠다. 일방적인 섹스는 여자의 입장에서는 식욕 없는 식사와 같은 것이다. 식사 후에는 늘 욕망이 채워지지 않았음을 어둠 속에서 실감해야 하는 시간이 후식으로 뒤따르는. (중략) 그날 밤 우리는 거실 소파에서 건조한 섹스를 했다. 건조한 섹스란 나이프와 포크 부딪치는 소리만 나는 식욕 없는 식사 같은 것. 남편은 부드럽지만 집요하다. 그는 절대로 욕망을 가진 채 잠들지는 않는다. 남편이 침실에서 잠들어갈 동안, 나는 오래오래 비가 내리지 않는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전경린,‘새는 언제나 그 곳에 있다.’<염소를 모는 여자> 문학동네,1996,225쪽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좋아하는 소설가의 글을 허락 없이 발췌해서 저작권 시비에 걸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고, 그 분의 명성에 누가되지 말았으면 한다.) 남자입장에서 보면 이 여자가 참으로 복에 겨운 소리를 하고 있다. 한 집안에서 오래 살다보면 서로에 대한 감수성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 코푸는 소리, 방귀뀌는 소리, 트림, 코고는 소리, 술 취하면 입에서 나는 신 냄새, 아침에 일어나면 산발한 머리와 까치집, 눈꼽도 봐야하고, 아내의 기미 낀 ‘쌩얼’도 지겹도록 봐야한다. 그런데 이 여자는 마치 영화 속의 로맨틱한 섹스를 남편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건조한 섹스’라도 ‘가뭄에 콩’이여서 아쉬운 것이 세상 대부분 아줌마들인데 이 여자는 맛있는 섹스가 없다고 상당히 삐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보기엔 상당한 정력가 남편을 두신 것 같은 데도 말이다. 다른 소설의 한 부분을 인용해 보겠다. 나는 그래도 ‘남편의 뜻’ 이니까 호응해 주어야지 하는 ‘의무’에서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조금 세워 몸을 열어 보았으나, 내가 꾸며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몸짓 일뿐, 뜨거움은 어떻게도 가능하지 않았지. 그랬지. 필요하다면 나는 요본감창(엉덩이를 흔들고 즐거운 소리를 내는 것-고금소총에 나온다.) 그런 것까지도 꾸며 보일 수 있었는지도 몰라. 뜨거움은,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아니었지. 남편은 자못 불만스러워 하면서도 엉덩이짓을 했고(그때의 골 흔들림!), 그리고 배설했지(그때의 오물감!). 그 다음에는 뭐였던가? 그렇지. “에잇, 김새!” 남편의 그 한마디········. 천 길 낭떠러지, 또는, 땅 끝 같던 그 느낌. 남편은 다 쓰고 난 걸레를 그렇게 하듯이 내 몸을 팽개 쳐버리고 돌아누워 버렸지. 언제나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그때도 그대로, 내팽개쳐진 걸레가 된 그런 기분이었지. 그 순간에 내 영육을 옥죄던 그 치렁한 자기혐오감. 남편이 덤비듯이 올라탈 때마다 나는 왜 다리를 벌릴 수밖에 없고 무릎을 세워 엉덩이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가? 남편의 몸에 짓눌린 채, 다리를 벌리고, 그 다리를 세워 엉덩이를 조금 든 채, 남편의 밭은 엉덩이짓을 어떻게든 받아주려고, 그 말할 수 없는 불쾌감을 - 어찌 골 흔들림뿐이리 - 어떻게든 참아내려고 애쓰고 있던 내 모습! 아, 나도, 정말 단 한번만이라도 남편의 요구를 거부해 볼 수 있는 ‘권리’ 가 있었으면. 남편은 어느덧 잠이 들었지. 그랬지. 남편에게 있어서 그런 행위는 수면효과를 가져다주곤 했지. 잠이 오지 않으면 곤하게 자고 있는 나를 깨워 자신이 잠이 오지 않으니까 좀 해야겠다. 그렇게 말하곤 했지. 그러면 나는 또 습관처럼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조금 세워주곤 했지. 남편은 그러면(후딱 해치우고는) 곧 돌아누워 그다지 오래지 않아서 코고는 소리를 내곤 했지. 그때마다 잠깬 내 눈동자는 말똥말똥하기만 했지. 유순하. <여자는 슬프다>. 민음사, 1994, 54~55쪽 이러니 남자들이여! 어떡하겠는가? 삶(벌이)에 지치고 힘들더라도, 아내가 아무리 한 물 가버려서 전혀 새로운 느낌이 없다하더라도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서 아내에게 따뜻한 눈 빛 보내주고, “당신, 요즘 왜 이리 예뻐? ” 하며 안아주는 배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 여자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면 저 남자처럼 본인도 재미가 없을 테니, 결국 배려는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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