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7) 격류

2024.11.08 00:55 3,80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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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격류


 


2학기를 시작한 게 어제 같은데 벌써 겨울 방학을 앞두고 있었다.


난 1학기 때의 학점이 복학하면서 결심했던 만큼 나오질 않자 2학기 도중에 휴학을 하고


나름대로의 계획하에 고시원으로 들어와 책만 파는 생활을 했기에 형수들과 지혜를 만나는 시간이 급격하게 줄어 들었다.


그나마 그녀들이 일부러 나를 만나러 와주는 경우가 많았기에 다행이었고


만나도 침대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대부분임에도 큰 불만이 없는 것 같아 한시름을 놓았다.


특히 이종사촌 형수는 밖에서 만나 모텔을 가는 게 너무나 흥분된다며 즐거워했다.


 


후배에게서 연락이 와 졸업생 환송회를 한다며 꼭 참석할 것을 당부했다.


졸업생 환송회는 파트너 동반을 필히 요구하기에 때론 부담을 주지만


나로서는 거기에 부담을 가질 이유가 없었고 하루쯤은 답답한 고시촌을 벗어나


머리를 식히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에 지혜에게 연락을 해 약속을 했다.


 


간만에 입어 보는 양복이 어색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다림질한 와이셔츠에 구두를 깨끗이 닦고서 지혜를 만나러 나가니


지혜 역시 정장 차림으로 나와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쏠리게 만들어 나를 흐뭇하게 했다.


연회 장소로 가서 입구에서 명찰을 받아 차고 지정된 좌석으로 가서 앉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다 나는 갑자기 굳어져 버렸다.


 


“ 어? 형 오셨어요? 파트너 분이....어라? 전에?....”


“ 안녕하세요? 전에 봤었죠?...놀라셨나 보네요.....우리 그때 이후로 사귀었어요....”


“ 형....감쪽같이 속이고....캬~~뭐 하기야 나도 할말은 없지만....


  형도 놀랬죠?...내가 순이씨를 데리고 와서.......


  우리도 그때 축제 때 이후로 몇 번 만나다...사귀었죠....


  형 표정 보니 전혀 몰랐었나 보네.....


  순이씨 인사해요...민이 형이야 잘 알테고.....여긴....형 파트너이신 지혜씨...


  전에 락카페 놀러 갔다 만났는데 워낙 미인이라 형이 잽싸게 낚아챘네요....”


“ 안녕하세요....오 순 이라고 해요..이름이 조금 웃기죠?....호호호...


  민씨도 오랜만이네요.......”


“ 안녕하세요..민 지혜 라고 해요..만나서 반가워요..정말 미인이시네요....”


 


어떻게 외사촌 형수가 후배 녀석의 파트너로...아니 둘이 사귄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축제 때 이후에 계속 만났단 말인가?....


나는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말문을 못 열었고 행사 내내 멍하게 앉아


지혜의 이야기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형수를 바라보다 지혜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형수는 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후배와 다정한 연인의 모습을 보이며


게임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진한 키스 장면으로 베스트 커플 상을 받기도 했다.


난 형수의 허리에서 떨어지지 않는 후배의 팔과 가슴을 후배의 몸에 바짝 붙인 형수를 보며


술만 마셔대었고


결국 지혜가 참다 못해 형수와 무슨 관계냐며 묻자 친구의 친구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두 사람에게서 눈을 뗐다.


 


지혜는 형수와 간간히 대화를 나누었고 도중에 화장실도 같이 다녀 오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하지만 나는 두 사람 사이는 물론 그 장소의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술과 담배만 축내며 눈에 띄게 취해만 갔고 나올 때는 지혜의 부축을 받아야만 했다.


졸업생들이 답례로 나이트를 쏘겠다며 자리를 이끌어 우리는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묻혀


30명 가까운 모두가 광란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나는 가누기도 힘든 몸으로 비틀대며 형수와 후배 뒤를 쫓아다니며


형수 뒤에서 엉덩이를 만지는 후배와 후배의 아랫도리에 자신의 하체를 비비며


춤을 추는 형수의 모습을 보며 끓어오르는 질투심을 겨우 참고 있다가


결국 블루스를 추면서 자신의 가슴과 가랑이를 후배에게 허용하는 형수에게 폭발하고 말았다.


스테이지를 내려와 화장실로 가는 형수를 따라가 손목을 끌고 비상구로 나와


끌어 안고 억지로 키스를 하는 순간 어깨를 잡는 손길에 돌아 보니 후배와 지혜가 서 있었다.


 


“ 형! 이게 무슨 짓이야....”


“ 재호씨...아무것도 아니에요.....취해서 그런 거 같으니까 우리 먼저 나가요....”


“ 자..잠..깐...”


“ 민씨...나 좀 봐.....”


 


나를 잡는 지혜에게 붙잡혀 머뭇거리다 후배와 형수가 일행들에게 인사하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내가 허겁지겁 따라 나가자 이미 택시를 타고 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만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먼저 간다며 붙잡는 나를 뿌리치고 지혜가 떠나버렸다.


나는 형수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고 지혜 역시 핸드폰이 꺼져 있었다.


 


정신 없이 자다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눈을 뜨니 컴컴한 내 고시원 방이었다.


어떻게 들어 왔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하루 종일 잔 것 같았다.


걸려왔던 전화는 끊어졌지만 다시 전화가 와서 받으니 근처에 와 있으니 좀 만나자는 후배 재호의 전화였다.


 


“ 재호야.....어제......”


“ 형..내 이야기부터 먼저 들었으면 해요.....


  저 순이씨 사랑해요....


  그리고 어젯밤 내내 같이 있었어요...”


 


나는 벼랑에서 떨어지는 듯한 아찔한 기분과 함께 가슴이 부서지는 통증을 느꼈다.


 


“ 재호야.......언제부터...둘이......”


“ 아니.....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형한테 한 가지 다짐을 받으려고 왔어요....


  형..순이씨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아요....


  만약 그러면 제가 가만 안 둬요.....”


“ 너..임마....그 여자 유부녀란 말야....”


 


갑자기 눈 앞이 번쩍 하더니 뒤로 넘어졌다.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며 겨우 정신을 차리려 애쓰는 내게 재호가 말했다.


 


“ 씨발.....알아요..다 안다구요.....


  어제 순이씨가 울면서 다 털어 놓았어요...


  속여서 미안하다며...그래서 그 동안 마지막은 허락하지 못 했었다고....


  남편에게 미안했고...술 먹고 형한테 겁탈당한 기억이 너무 아파 그랬다고....


  미안하다며....울면서....


  나더러 형에게 당한 악몽을...몸 구석구석에 배인 형의 더러운 냄새를 지워달라며......”


“ 무슨 말도 안 되는.....”


“ 난..이제 형 다시 안볼 겁니다.....형에 대한 이야기 안 퍼트릴 테니 걱정 말아요....


  형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이씨를 위해섭니다...


  저도 순이씨 안 만날 거에요...가정을 지키고 싶어하는 여자를 보호할 거 라구요....


  그러니 다시 형이 순이씨를 괴롭히면..우리 둘 중 하나는 죽는다는 걸 아세요...


  다시는 안 부딪쳤으면 하네요...길가다 봐도 서로 모른 척 했으면 합니다....”


 


찢어진 입가에 흐른 피를 닦으며 일어선 나는 이미 사라져 버린 재호의 이야기에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다가


갑자기 끓어 오르는 분노에 택시를 잡아 타고 외사촌 형 집으로 갔다.


무작정 벨을 누르려다 갑자기 정신이 들어 다시 돌아서 나와 골목 어귀에 선 채


형이 나가는 시간까지 어디서 시간을 때우다 다시 오는 것이 나을지


형수에게 전화를 해 불러내는 게 나을지를 고민하다


누가 건물에서 나오는 걸 보고 몸을 숨기니 마침 형이 나오는 게 보였다.


옷을 챙겨 입은 걸로 보아 근처에 잠깐 나가는 것 같지는 않기에 한참을 숨어서 기다리다


형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 문으로 가 손잡이를 돌려 보니 소리 없이 문이 열렸다.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니 방안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 귀를 대고 이야기를 들으니


두 형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방문을 조금 열고 엿들었다.


 


“ 깔깔깔....그래 동서 어제 재미는 좋았어?”


“ 음...젊어서 그런지 테크닉은 별로라도 아주 거세게 밀어 부치더라구요...


  싸도 금방 세워서 다시 덤비고....뭐..내가 눈물 연기를 해서 목숨을 걸다시피 한 것도 있겠지만...


  그리고 물건도 아주 크고 단단해서 나중엔 아래가 아픈데....


  내가 울며 부탁해 놓고 그만하란 소리는 못하겠고..


  하여간...아침에 나오는데....밑은 쓰리지 허리는 아프지..죽는 줄 알았어요.....”


“ 현성씨한테는 안 들켰고?”


“ 뭐..도련님 파트너로 간다고 했으니...그냥 늦게 끝나 날 데려다 줬다고 했죠.....”


“ 근대..도련님한테 너무 심했던 거 아냐?.....”


“ 뭐가요?....자기는 우리 둘을 실컷 즐겼잖아요?....그러면 된 거죠....”


“ 치~ 그래도 내가 청순파 연기를 했으면....좀 더 즐겼을 텐데....


  하여간 좋은 건 자기가 다 한다니까....”


“ 아유~..다음엔 형님이 순정파 해요..내가 날나리 할 테니.....됐죠?”


“ 그나저나 도련님..아무 문제 없을까?...난리 피우면.....”


“ 흥....무슨 난리요? 형수를 따먹었는데 알고 봤더니 자기만 대준 게 아니라구요?”


“ 킥킥킥..그러긴 하네......당분간은 우리 조신하게 지내자....


  재미있는 일 있으면 연락하고....나 갈게....”


 


난 급히 뒤꿈치를 들고 나와서 골목길을 뛰었다.


이미 내가 느꼈던 분노는 사라지고 허탈감과 자신의 바보스러움에 대한 자책감만 남았다.


형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형수들의 정체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외사촌 형수의 말처럼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난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돌아오며 지혜가 생각났지만 그 날 보인 내 모습이 생각나


차마 전화를 돌릴 용기가 없었다.


 


내가 망설이며 사흘을 보낸 후 지혜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


반가운 마음에 눈물이 날 뻔 했지만 마음을 진정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먼저 사과를 하자


다행이 담담하게 사과를 받아 주고는 만날 약속을 했다.


지혜를 만나 보니 밝은 표정이라 안심을 하고는 그 날 이야기는 일부러 꺼내지 않자


지혜도 모른 척 다른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자기가 잘 아는 조용한 카페로 가자고 했다.


좀 늦은 시간이었지만 단골이라 전화하면 문을 닫지 않고 기다릴 거라며


전화를 한 후 택시를 타고 찾아 가니 주택가 근처 골목 안에 있는 조용한 카페였다.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었던지 손님은 없었고 우리가 가자 젊은 주인 남자가 간판을 끄고 안쪽 작은 룸으로 안내해 줬다.


 


잠시 후 지혜가 나갔다 들어와 술을 주문했다며 기다리자고 했고 곧 주인이 안주와 술을 가지고 와 지혜 옆에 앉았다.


주인을 나에게 인사시켜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같이 마시자는 지혜의 말에 우리는 잔을 채우고 건배를 했다.


술을 마시다 지혜가 나에게 담배를 사다 달라고 했고 주인은 자기가 사오겠다고 했지만


지혜의 눈치에 내가 나가서 담배를 사 가지고 돌아와 문을 열고는 나는 망연자실 해졌다.


지혜는 치마를 허리 위로 걷어 올리고 벌거벗은 엉덩이를 내 놓은 채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고


주인 남자는 지혜의 뒤에서 허리를 잡고 시커먼 자지로 지혜를 박고 있었다.


 


“ 헉..헉...민씨...잘 봐..이 남자가..앙~..내 옛날 남자 친구야...


  바람둥이지만...아앙~섹스는 끝내주게 해......”


“ ..지..혜..야....”


“ 여자 마음을 울리는...아앙~나쁜..남자지만......헉헉...


  그래도..지 형수와 씹질하는 그런...헉헉..개새낀..아냐....”


 


지혜가 말을 하는 동안에도 그 남자는 화려하게 허리를 돌리고 찌르며 지혜를 공격했고


지혜는 허덕거리며 애액을 허벅지로 흘러내고 있었다.


난 지혜의 비명 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며 돌아서 나왔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비가 오려는지 달무리가 져 보였다.


고개를 내리자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마지막 기억은 고시원 근처 놀이터 벤치에 혼자 앉아 소주를 마셨던 것이다.


방으로 어떻게 들어왔는지 며칠을 누워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중에 들으니 고시원 주인 아주머니가 응급차를 부르려다


마침 근처에 한의사를 하시는 분이 생각나 급히 모셔왔고


급격한 심신 쇠약으로 기력이 떨어진 거니 며칠 쉬게 하면 된다는 말에


안심을 하고 하루에 몇 번씩 수시로 들어와 보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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