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일탈의 꿈 --상편

2021.06.30 11:09 15,30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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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의 꿈

오늘은 신작 단편(상,하)입니다.





다음주부터는 배반의 그림자 3탄 친구의 아내 그리고... 가 올라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 지금 열차가,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





안내 방송에 이어 저 멀리서 열차가 승강장 안으로 밀려들어오자 윤주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 피쉬이이익.. ]





열차가 정차하고 김이 새어나가는 듯 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윤주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지하철 안으로 떠밀리듯 들어갔다. 언제나처럼 사람은 북적댔다. 윤주는 북적대는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렸고 이내 자신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을 헤집고 다가오는 남자를 발견하자 자신의 옷매무새를 살피는 듯 고개를 약간 숙였다가 들었고 그 사이 남자가 윤주의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서로 아는 사이인가. 잠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지만 이내 다시 시선을 거둔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 -





오늘도 변함없이 북적대는 수많은 사람을 싣고 어둠의 터널을 힘차게 달리는 열차의 반동에 몸을 맞추며 윤주는 미어터지는 사람들의 부대낌에 진저리를 치며 끔찍이도 싫어했던 아침 출근 시간을 언제부터인가 설렘과 기대감으로 바꾸게 만들어 준 남자의 존재를 의식하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창밖의 어둠에 시선을 던졌다.





그렇게 남자의 존재를 인식하던 연주가 자신의 손을 가만히 잡아오는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은 채 남자의 손을 마주잡고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찬 군상들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남자의 손을 마주 잡으며 윤주는 넉 달 전 처음으로 남자를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날따라 유독 밀려드는 사람들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몸이 크게 휘청거리는 순간 그런 윤주를 버텨준 건 이 남자였다. 그로 인해 남자의 가슴을 마주한 체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윤주는 자꾸만 등을 밀어대는 사람들의 힘에 자신의 가슴이 남자의 가슴에 닿는 걸 막기 위해 두 팔을 들어 가슴을 가리려 했지만 그럴 새도 없이 등을 미는 누군가에 의해 남자의 가슴에 그대로 안겨버렸고 윤주는 풍만했던 자신의 가슴을 온전히 남자의 가슴에 맞닿은 체 서있게 되자 맞닿은 가슴을 어떡하던지 떼어보려 애썼지만 다시 사람들을 헤집으며 안으로 들어서려는 누군가의 힘에 다시 떠밀렸고 그만 남자의 허리를 끌어안는 자세가 되고 말았다.





곤혹스러움이었다.


남자의 가슴에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맞댄 체 허리를 끌어 안아버린 자세가 된 윤주는 어떡하던지 자세를 고쳐 잡으려했지만 열차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밀착을 이겨내지 못했고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던 윤주의 코에 강렬한 남자의 스킨 냄새가 밀려들어오는 순간 윤주의 머리에 남자의 가슴이 생각보다 넓다는 느낌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사람들이 잠시 물갈이가 되는 환승역까지 그 자세 그대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윤주는 자꾸만 밀어대는 사람들의 힘을 남자의 가슴에 기댄 체 겨우 버텼고 자신의 가슴과 남자의 가슴이 점점 밀착 될수록 묘하게 느껴지는 흥분감에 윤주는 어쩔 줄 몰라 했고 간혹 자신을 밀어대는 윤주의 몸을 버티기 위해 애쓰던 남자가 어쩔 수 없이 윤주의 어깨를 잡는 순간 윤주는 자신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묘한 아침 출근을 하고 윤주가 다시 남자를 만난 건 이틀 후였다. 사람들로 가득한 열차 안으로 들어서기 위해 자신을 밀어대는 사람들에게 떠밀려 열차에 오른 윤주가 낯선 남자의 등을 밀고 말았고 자신에게 등을 밀린 남자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윤주는 자신을 돌아보는 남자가 이틀 전의 그 남자임을 단번에 알았고 그건 남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다시 며칠 후 또다시 사람들에게 떠밀려 열차에 오르던 윤주의 눈에 이제는 낯이 익은 남자가 들어오던 순간 윤주는 뒤에서 자신을 밀어대는 사람들의 힘에 남자와 마주서고 말았다.





그 날 윤주는 자신을 밀어대는 사람들로 인해 남자의 가슴에 안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텼지만 결국 남자의 허리를 잡고 말았고 고개를 들어 미안한 시선을 던진 윤주를 향해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짓는 남자의 모습에 윤주는 또 한 번 자신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남자의 미소가 너무도 근사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렇게 우연처럼 남자와 다시 몇 번을 계속 부딪치던 윤주는 일정한 시간에 같은 곳에서 차를 타면 남자가 항상 열차에 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건 한 달이 조금 더 지나서였고 그걸 안 이후로 윤주는 남자가 열차를 타고 오는 시간에 맞춰 승강장에 서서 남자를 기다렸고 그렇게 복잡한 지하철 출근길에서 만나게 되는 남자의 존재는 윤주에게 묘한 기쁨을 전해줬고 늘 남자보다 먼저 열차를 내리던 윤주가 다른 날과는 달리 문득 남자가 타고 있는 열차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다 황급히 손을 내리는 남자를 발견했다.





그건 묘한 충격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아침마다 부딪치는 그 남자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열차에 내린 자신의 등을 향해 늘 그렇게 혼자서 손을 흔들었을 남자의 바보 같은 애틋함이 윤주의 가슴을 흔들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을 계기로 윤주는 그렇게 짜증스러웠던 출근길이 기다려졌고 아침마다 함께 출근을 하는 남자에게 의지하며 사람들의 부대낌을 그렇게 견뎌냈다.





























- .... -





남자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생각하며 윤주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남자가 손에 힘을 주자 아프다는 듯 손을 약간 흔들었고 이내 손에 힘을 풀고는 자신과 깍지를 끼려는 남자의 행동에 맞춰 남자의 손가락을 엇갈려 잡았다.





잠시 후 사람들이 물갈이를 하듯 내렸다가 다시 승차하는 환승역에 도착하자 남자는 윤주의 손을 잡은 체 한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다시 사람들이 밀물처럼 안으로 밀려들어오자 잡았던 손을 놓고는 윤주의 어깨를 잡아 보호하는 자세를 취했고 윤주는 자연스럽게 남자의 행동에 보조를 맞췄다. 어느덧 남자나 윤주 모두 그런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윤주가 남자와 손을 잡기 시작한 건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언제나처럼 시선을 남자의 가슴에 고정한 체 남자의 허리를 잡고 사람들의 압박을 견디던 윤주가 거세게 자신의 등을 밀치며 나가려는 남자에게 떠밀려 휘청거리는 순간 자신의 팔을 잡아 자신을 버텨주던 남자가 윤주의 손을 잡고는 허리에 가져다주던 것이 시작이었고 이틀 후 머뭇거리던 남자가 손을 잡는 순간 윤주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고 그 날 이후 오늘처럼 남자는 윤주의 손을 잡은 체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윤주와 함께 서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손을 잡아 자리를 옮긴 두 사람이 다시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점점 밀리던 순간 윤주가 자연스럽게 남자의 허리를 잡았고 남자는 그런 윤주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가만히 잡았다. 마치 맞벌이 부부가 혼란스러운 열차를 타고 출근을 하듯 두 사람은 가끔 서로의 시선을 응시하며 서있었고 이내 점점 열차를 메우는 사람들에게 떠밀리는 것을 핑계 삼은 듯 서로 밀착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두 사람의 가슴이 바짝 밀착되는 순간 윤주가 손을 움직여 남자의 허리 뒤쪽을 잡았고 두 사람의 모습은 서로를 끌어안은 모습 그대로였다.





- ..... -





흔들리는 열차안의 분잡함을 견디던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마주쳤다. 두 사람은 시선을 통해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다. 사실 두 사람은 넉 달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마디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저 눈으로만 무언가를 이야기했고 밀착된 서로의 육체를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런 말없는 대화가 이어지던 순간 주위를 살피듯 두리번거리던 윤주가 열차안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음을 인지하는 순간 남자의 가슴에 짓이겨져 뭉개진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살짝 좌우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런 윤주의 움직임에 남자는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이미 윤주의 그런 움직임이 처음은 아닌 듯 남자는 자연스럽게 윤주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려 윤주의 허리를 잡았고 조금 전 윤주가 그랬듯 주위를 살피는 듯 하던 남자가 윤주의 몸을 바짝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고 그 순간 윤주는 자신의 하복부를 누르는 남자의 묵직한 무언가를 느꼈다.





윤주가 그런 행동을 하며 자신에게 미소를 짓는 남자를 향해 엷은 미소를 짓는다. 그것으로 보아 둘의 이런 행동이 처음은 아닌 듯 했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남자는 자신의 가슴에 맞닿아져 뭉개진 윤주의 가슴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고 윤주 또한 자신의 하복부를 묵직하게 누르는 무언가의 감촉을 느끼며 흔들리는 시선을 상대방에게 던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군상들이 피곤한 육신을 이끌며 힘든 출근을 하던 그 시간 윤주와 남자는 자신들만의 묘한 시간을 가지고 있었고 서로의 육체를 느끼며 약간은 흥분 감을 가지던 순간 윤주의 허리를 잡고 있던 남자가 한 손을 올려 윤주의 어깨를 잡았고 잠시 후 남자가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서 엄지손가락을 펴서는 윤주의 목덜미를 살짝 어루만지자 간지러운 듯 윤주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비틀었지만 남자가 계속해서 목덜미를 엄지손가락으로 쓰다듬자 윤주가 남자의 허리를 잡고 있던 손에서 손가락 하나를 펴서는 남자의 옆구리를 간질였고 그 순간 남자의 입가에 퍼지는 미소를 보았고 남자 또한 계속해서 목을 간질이자 윤주가 목을 접어 뒤로 빼고는 남자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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