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내 딸의 몸, 그 속의 아내 (하)

2021.10.03 09:41 14,44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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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의 몸 그 속의 아내 

17장. 혼돈. 그리고 도피..


"하아.. 하아.. 아으으 으... 흐으윽..  아 아.. 아악..."


거친 신음과 함께 지현이가 눈을 뜨자 아침이었다.

"하아...  하 아..."

지현이가 아직도 꿈과 현실이 구분이 안 가는지 땀에 이마가 흠뻑 젖은 채로 가쁜 숨을 고

르고 있었다.

아니 이마뿐만 아니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잠옷과 침대 시트들도 축축해져 있었다.

"아 아...  꾸 꿈이었구나... 하아..."

지현이가 아직 누운 채로 작게 중얼거렸다.

또 그 꿈이었다.

'꿈에 아빠가 나타나 그때처럼 내 몸을...'

'그럼 나는 너무나 황홀하고 숨이 막힐 것 같아져서 아빠를 받아들이고...'

"아...."

지현이는 자신이 꾼 꿈의 내용들을 기억해내고는 작게 몸서리를 쳤다.

"아.. 안돼..  왜 이렇지..?  왜 자꾸 이런 꿈을 꾸는 거지..?"

지현이는 아빠와의 그 일이 있었던 그 날 이후, 날마다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는 항상 아빠가 자신을 범하고 있었고, 지현이 자신은 희열에 차서 그런 아빠의 몸

을 맞아들이고는 했다.

그리고는 그 날 아빠가 해준 것처럼, 지현이는 그 끝도 모를 듯한 절정을 다시 느끼고는 하

는 것이다.

"아 아..  싫어..."

지현이는 자꾸만 그 때가 생각이 나서는 어린 수치심에 고개를 도리질했지만, 도저히 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 때 여자아이로서는 난생 처음 경험하게 된 성의 쾌감.

그 첫 절정에 대한 느낌, 여운이 아직 지현이의 몸 속에 기억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그 새로운 세계를 향해 열린 작은 첫 문은 어린 지현이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그전까지는 어린 마음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성의 세계.

그때까지는 알 수 없는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두근거리는 세계였던 그 곳은, 그러나 아

빠에 의해서 그 실체의 일부를 경험한 후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소녀에게 다가왔다.

그때에는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과 두근거리는 호기심도 약간 있었고, 그것

들을 당시의 일시적인 감정에 실어 몸을 맡긴 것이었지만, 그 결과는 매우 달랐다.

아직 어린 마음에 부끄러운 경험을 했다는 수치심과 아빠에 의해서 성에 눈을 뜨게 되었다

는 죄책감, 두려움이 그 후 여자아이의 마음을 괴롭히게 되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 날 감미로웠던 아빠의 손길과 그로 인한 쾌락의 기억이 공존하며 

어린 지현이를 애타게 하고도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날마다 꿈속에서 지현이로 하여금 아빠를 기다리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현이는 자신의 내면 속에 존재하는 그 상반된 감정들이 혼란스러웠다.

"아... 하아..."

지현이는 아빠의 손길을 기억하자마자 다시 젖어오는 자신의 다리 사이를 느끼며, 어쩔 줄 

몰라 작은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만약..  그 날 아빠가 멈추지 않으셨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다면 아마 지현이는 그 날 친아빠에게 순결을 잃었을 것이다.

그 날 지현이는 희열에 들뜨며 아빠를 받아들이고 있었으므로.. 아니 받아들이기를 원하고 

있었으므로 말이다.

"아 아..."

지현이는 그 생각을 하자 아랫배가 더욱 아려 오는 것을 느꼈다.

문득 그때 지현이의 시선이 책상 위에 걸린 캘린더에 고정되었다.

9월 14일.

".......!"

오늘은 9월 14일이었다.

'오늘.. 아빠가 귀국하시는 날이구나..'

지현이는 오늘이 싱가포르에 출장을 가셨던 아빠가 돌아오시는 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갑자기 여자아이는 불안과 걱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며칠 전 그 날..

그 일이 있고 날이 밝자 지현이는 아빠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난감했다.

아니 '막막했다..'는 표현이 더 나을 것이다.

그것은 아빠도 마찬가지이신 것 같았다.

아빠도 아빠대로 이런 사태에 당황하신 것 같았다.

둘은 모두 자기 방에서 나올 엄두도 내지 못했고,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서로 마주칠세라 

눈치를 살펴야 하였다.

그때 지현이에게는 아빠와 눈이 마주친다는 것이 무엇보다 두렵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어색한 상태로 두 사람은 있었고, 집안에는 무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지현이는 그때 그 날이 일요일이라는 것이 그렇게나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

평일이었으면 서로 학교나 직장으로 도피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다.

그냥 외출을 하면 되었으련만, 몸도 마음도 탈진한 지현이는 그럴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지현이는 밤에 겪었던 그 충격적인 경험 이후 거의 잠을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일요일인 것이 그나마 다행인지도 몰랐다.

그때 지현이의 심신은 학교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그렇게 지현이의 마음과 몸을 괴롭힌 것은, 난생 처음으로 성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 여자아

의 충격이나 그것을 아빠에게서 경험했다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도 컸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혹시 그때 아빠가 자신이 엄마가 아니라 딸이라는 것을 눈치채셨으면 어떡해하나 하

는 두려움이었다.

그 날,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절정의 여운 속에서 지현이가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 혼미했던 지현이의 심신을 큰 충격과 함께 바싹 얼어붙게 만든 것은 아빠의 

단 한마디였다.


"너.. 지금.. 지현이니..?"


".....!"

그 순간 지현이는 마치 차가운 얼음장 밑으로 빠져버린 듯 정신이 번쩍 들며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지금까지처럼 자신을 아내라고 생각하며 건네주던 말투가 아닌, 마치 아빠가 딸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말투였기 때문이었다.

지현이는 설마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순간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써 당황하는 빛을 감추려하며 반문을 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나 아빠의 이야기는 역사나 그 불안한 예감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지금 왠지 지현이의 영혼이 돌아온 것 같아..  그래서 방금 나를 보고 아빠라고 부른 것 

같아.."

철렁.. 지현이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좀 전까지 지현이의 몸과 마음을 휘감고 있던 그 황홀하고 감미로운 절정의 여운은 이미 어

디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어린 지현이의 몸에 남은 것은 등줄기로 차갑게 흐르는 한기와 쿵쾅 쿵쾅 크게 뛰기 

시작하는 작은 심장뿐이었다.

'아...."

설마 이대로 들키는 것일까?

두려워진 지현이는 애써 변명을 생각하며 무마하려 했지만, 이미 당황해하는 것은 감출 수

는 없었다.

지현이는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겨우겨우 아빠를 납득시키려 애를 썼다.

그러나 아빠는 왠지 석연치 않아 하시는 것 같았고, 그나마 납득을 하시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기셨다.

"그런가..?  하지만 왠지 느낌이...  아냐..  그래.. 그렇겠지..  아니 그래야 하겠지.."

그리고 아빠의 그 마지막 말은 지현이를 불안감의 싶은 수렁으로 빠뜨렸다.

이후, 아빠는 좀 어색한 태도로 몇 마디를 더 하고 머뭇거리시더니, 결국 중도에서 그만두

고 나가 버리셨다.

아마 아빠도 지금의 상황에 충격이 크셨을 지도 모른다.


아빠가 방을 나가고도 한참동안이나 지현이는 그저 망연자실하게 침대 위에 앉아있을 뿐이

었다.

아빠에게서 경험한 그 부끄러운 기억들이 새삼 되살아나 여자아이 앞에 두려운 현실로 다가

왔다.

그리고 아빠가 남긴 한마디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 .........  그래.. 그렇겠지..  아니 그래야 하겠지.."

아빠는 사실 자신의 말을 믿지 않으신 것은 아닌지?

자신이 아내의 영혼이 아니라 딸이란 사실을 눈치챈 것은 아닌지?

그러나 너무나 그런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워, 그저 애써 아닌 척 믿으려 하신 것은 아닌지?

혹시 그런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앞으로 어떡해야 할까?

이런 고민과 두려움들이 지현이의 마음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불안함 속에 지현이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새우고 말았다.

그 날밤 지현이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경험한 현실은 14살짜리 어린 소녀가 감당하

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들이었으므로 말이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이튿날 아빠는 미리 예정되었던 해외출장을 떠나셨다.

사실 아빠는 지금 이런 상태에 자신을 놔두고 며칠 간 출장을 간다는 것이 무척 걱정이 되

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빠가 직접 가야하는 중요한 일이었으므로 무척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았다.

평소 같으면 지현이가 속옷가지나 다른 것들 챙겨드리며 짐 싸는 것을 도와드렸겠지만, 그 

날은 당연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배웅을 할 때도 서로의 눈을 마주 보지 못하고 어색하게 아빠를 보내드려야 했다.

"나...  다녀올게...  그 동안.. 문단속 조심하고.. "

"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게 어제의 그 일 이후에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처음 나눈 대화였다.

"아...  그 그리고...   저...    .............   아 아냐..  다녀와서 이야기할게.."

아빠는 머뭇거리면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시려다가 끝내 포기하고는 그렇게 집을 나가셨다.

지현이는 그렇게 이른 아침 집을 나서 걸어가시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어떤 안도감과 함

께 왠지 모를 허전함을 같이 느끼고 있었다.


'아..  오늘 아빠가 돌아오신다..."

오늘밤 아빠가 같이 있게 된다는 사실은, 그 날 일을 가지고 다시 아빠와 마주해야 한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왔지만, 또한 반면에 지현이의 몸을 젖어들게 만들고도 있었다.

그것은 아빠가 남기고 가셨던 또 하나의 기억, 어린 지현이의 몸에 남겨진 그 쾌감의 기억

들이 되살아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빠를 생각하자 자신도 모르게 지현이의 작은 손이 어느새 축축해진 잠옷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자신의 몸 속에서 피어오르는 어떤 알 수 없는 열기를 참지 못해서였다.

"하 아...  이 이상해..."

지현이는 그 이상한 기분에 갑갑함을 느끼고, 점점 숨이 막힐 듯 피어오르는 열기를 어떻게 

잠재워야 하는지 몰라 안타까웠다.

'아... 아빠가..   하아...  그 때.. 어떻게 하셨었지..?'

참다못한 지현이는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애써 기억을 더듬으며 서투른 손

길로 움직여갔다.

한 손은 잠옷 위에서 자신의 보드라운 젖가슴을 쥐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애타는 듯 자신

의 다리 사이를 맴돌았다.

"하아.. 아..."

지현이의 손길 아래서 잠옷의 천이 함께 소녀의 젖가슴 속살에 부벼지며 야릇한 감각을 불

러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잠옷 속으로 파고 들어간 그녀의 다른 손가락들은 이미 젖어있는 자신의 얇은 팬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지현이의 그 가녀린 손가락들이 작게 떨면서 보들보들한 허벅지 안쪽 연약한 속살에 다가갔

다.

이미 지현이의 어린 보지는 뜨거웠고 촉촉하게 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

지현이는 자신의 은밀한 젖은 속살을 느끼고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여자아이는 지금 자신의 행위가 부끄러웠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지현이의 작고 가는 손가락이 자신의 젖은 보지를 벌리고, 조심조심 그 속의 촉촉한 꽃잎들

을 살짝 건드리자 그녀는 순간 몸을 흠칫 떨었다.

"아으..."

그때의 감각이 조금 기억나는 것 같았다.

그 날 아빠가 자신에게 느끼게 해주었던 감각 중 이런 것이 있었다는 것을 지현이의 몸은 

기억을 해냈다.

그러자 지현이는 마치 무엇에 홀린 듯이 서서히 손가락을 움직여 갔다.

그리고 그럴수록 소녀의 작은 손가락은 자신의 애액으로 흥건히 적셔져갔다.

"으응..  으으음...   으으...  하아..."

젖은 마찰음을 내며 자신의 어린 보지 속을 수줍게 방황하던 지현이의 손가락이 어느 순간 

작은 새싹을 한번 톡 건드렸다.

"아 흑..."

순간 지현이의 몸이 팽팽히 휘어지며 침대 위에서 경련을 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샘이 터지며 흘러 넘치는 물의 양이 급격히 많아졌다.

"하아.. 하 아..."

그래 이런 감각이었다.

'아 아..  이 이상해..  기분이...'

그 때의 감각이 완전히 기억이 난 지현이는 자기도 모르게 계속 젖은 손가락을 움직여갔다.

물론, 아직은 겁이 나기도 하고, 어린 소녀로서 부끄러웠는지, 자신의 젖은 보지 구멍 속에

는 차마 손가락을 집어넣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현이는 손가락으로 꽃잎들이 머금은 촉촉한 물기를 훑어나가기도 하고, 그 입구 

주변을 문지르기도 하며 조금씩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마다 여자아이는 몸을 움찔 움찔 떨며 안타까운 신음들을 입에서 흘렸다.

"아 흐흑...  아 아...  아으으....  흐윽..."

그리고 지현이는 어느새 지금 아빠의 손길이 자신의 몸을 더듬고 있다는 상상이 들기 시작

했다.

아빠의 감미로운 손길이 그날처럼 지금 자신의 몸을..

그렇게 지현이는 머리 속에 아빠를 그리며 자위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 아.. 아으으응...  으으음...  아 아빠...  으응.. 하아..."

지현이의 침대 시트는 그녀가 흘린 애액과 분비물들로 젖어 들어갔고, 방안은 온통 그녀의 

안타까운 신음들로 가득 찼다.

상상 속의 아빠는 그날처럼 축축한 혀로 자신의 그 작은 음핵을 희롱해주기 시작했다.

지현이도 그 상상 속 아빠의 움직임이 시키는 대로 젖은 손가락으로 작게 칭얼거리는 자신

의 음핵을 어루만져 주었다.

지현이의 음핵이 집중적으로 건드려지자 그녀의 몸은 크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흐 흑..."

아빠의 손길이 닿는다고 상상할수록 몸 속에서 느껴지는 쾌감은 더욱 큰 것 같았다.

그렇게 지현이는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작은 몸을 떨면서, 자신의 젖은 중심부 깊

은 샘을 끊임없이 퍼내고 있었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여자아이의 열에 들떠 허덕이는 숨결은 커져만 갔다.

"하아.. 하아.. 아으으응.. 어 엄마.. 나..  죽을 거 같아.. 흐흑..."

그리고 이윽고 어느 순간에 이르자, 웅크리고 있던 지현이의 등허리가 팽팽히 휘어지며 긴

장하더니 온 몸에 잔물결이 자르르 흘렀다.

"아아..  아읏..  아흐흐흑... 아아..  아 아아앙..."

순간, 여자아이의 하반신이 크게 수축을 하며 발끝이 쭈욱 펴지더니, 작은 발가락들이 꼼지

락거렸다.

지현이는 자신이 무언가 오줌 같은 것을 싸버렸다는 것을 느낀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며 거

센 절정의 폭풍에 휘말렸다.

그리고 자신의 온몸을 후두둑 때리며 전류처럼 훑고 지나가는 강한 쾌감의 물결들에 빠져 

정신을 잃었다.

이미 축축하게 젖은 지현이의 잠옷 아랫부분은 그녀의 하체에 달라붙어 있었고, 그 아래에

는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소녀의 어린 보지가 아직 수축을 계속하며 물을 토하고 있었다.

지현이는 한동안 희미한 의식을 가다듬지 못하고 그저 가쁜 숨결만을 겨우 고르고 있었다.

침대 위에 비스듬히 누운 지현이의 작은 몸이 위아래로 조금씩 들썩이고 있었다.

"하 아...  하 아..."

'아... 세 세상에...   또 느꼈어...  이런 느낌을...'

지현이는 방금 전 자신의 몸을 몰아치며 지나간 그 감각들이 그날 아빠가 해주신 것과 비슷

하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그녀는 한동안 자신의 몸에 남겨진 그 황홀한 감각의 여운을 음미하고 있었다.

"............."

그러나 조금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되자, 여자아이는 어린 마음에 방금 전 자신이 한 일이 

부끄러워지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아...  나.. 나 미쳤나 봐..."

자신은 방금 그날 겪었던 아빠의 손길을 잊지 못하고, 스스로 아빠의 손길을 상상하며 자위

를 해버린 것이다.

"아..  아빠.. 나는 어떡하면 좋아요..."

젖어버린 침대 시트 위에서 두려운 듯 몸을 웅크린 지현이의 두 눈에 어느새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그 날 이후 지현이는 자위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기내 방송이 비행기의 착륙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다 도착한 모양이군..."

진우는 서울에 다 왔음을 느끼고 옆자리에 같이 탄 부하직원을 돌아보았다.

피곤했는지 아직 자고 있었다.

진우는 그를 깨우려다가 그만두고는 자신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후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의 마음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착을 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사실 진우는 싱가포르에 출장을 가 있는 동안 애써 지현이와의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당장 곤란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또한 출장에서의 일이 너무 중요

한 업무라 차질이 있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의 일은 진우 회사의 큰 클라이언트 중 하나인 모 대기업이 현지 무역전시회에 

설치하는 전시관에 관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날 밤의 일을 기억에서 격리시킬 수는 없는 일, 밤이고 낮이고 떠오르는 고민과 

불안감 등으로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었다.

하긴 어쩌면 그런 것이 당연했다.

그는 서울을 떠나올 때부터 지현이를 그런 상태에서 남겨두고 온다는 것이 너무나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지현이의 방에서 나온 진우는 정신이 나간 듯 당황한 몸짓으로 안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방안으로 들어오자 그만 바닥에 털썩 주저 않고 말았다.

그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할 수 없었다.

"아..."

진우의 몸은 오한이 나는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떨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 의혹, 혼란스러움의 표정들이 나타났다 사라져 갔다.

"어 어떻게 된 것이지..?"

진우는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직도 그의 눈가에는 지현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부를 때의 그 촉촉한 눈빛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앳된 목소리가 자신을 부를 때의 그 느낌도..

그것은 분명히 딸아이의 영혼이 담긴 것 같았다.

'하 하지만.. 아냐.. 그럴 리가 없잖아...'

진우는 애써 그런 느낌을 부정하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수진이도 아니라도 하고...'

'그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 지현이의 영혼이.. 정말 돌아왔던 것이라면..  그런 태도

를.. 보여주었을 리가 없잖아.. .... 오랜만에 깨어났는데.. 만약 자기가 아빠와 그러고 있

었다면...'

'그리고.. 여전히 아내의 말투와.. 이야기였잖아...  그래..  내 어처구니없는 착각일 뿐이

야...'

진우는 그렇게 딸아이의 영혼이 되살아났다고 믿은 것은 자신의 순간적인 착각이라고 애써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남은 석연치 않음은 어쩐지 지울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좀 전의 그 경험은 그로 하여금 딸아이의 영혼이 돌아왔을 때

를 다시 강하게 의식하도록 만들었다.

만약에 정말 딸아이의 영혼이 되돌아와서 자신이 한 짓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물론, 지금까지 몇 년 동안 그가 애써 자제를 해왔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으니, 그리 새삼스

러운 우려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동안의 생각들은 그저 관념일 뿐이었다.

상식 선에서 나온 지극히 당연한 생각과 결론들.

하지만 이런 머리 속에서의 생각들은 좀 전의 경우와 같이 현실적인 욕망과 그 때의 상황에 

의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좀 전의 그 경험은 이전까지의 관념과는 전혀 차원이 틀린 피부에 와 닿는 현실에서

의 체험이었다.

실제로 딸의 영혼이 되돌아왔을 때 그가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당혹스러움.

그것은 좀 전에 자신이 경험한 그런 기분일 것이다.

진우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내 내가 방금 전까지 무슨 짓을 한 거지..?'

'최근에 내가 너무 긴장이 풀어져 있었어...  그리고 감정적이었고..  어쩌면.. 지쳐있었는

지도 모르지...  그래서 자포자기하고 싶었는지도...'

그렇게 자신의 행동을 책망하던 진우는 문득 자신의 손끝에 남아있는 지현이의 감각을 기억

해내었다.

그가 오늘 경험한 지현이의 몸은 정말 감미로운 것이었고, 그것은 정말 그가 아니더라도 남

자라면 누구나 탐내고 싶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지현이의 몸을 탐하면서 더욱 황홀했던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진우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 그 몸이 다른 여자도 아닌 바로 어린 딸아이의 몸이

라는 것 때문에 그는 더욱 흥분이 되었고, 손에 닿는 감각도 더욱 짜릿했던 것이다.

지현이의 몸이 감미롭고 매혹적일수록 그는 오히려 더욱 더 딸아이의 몸이라는 것을 의식하

고 있었던 것이다.

지현이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그 촉촉하고 숨가쁜 신음소리가 아내의 신음이 아닌 딸아이 목

소리의 앳된 신음이었기에, 더욱 그의 말초신경이 자극되었던 것은 아닐까?

자신은 아내라고 생각하며 지현이의 몸을 열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이 

몸이 딸의 몸이라는 현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그래서 그 동안 애써 욕망을 자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러면서도 이제 와서 이런 저런 핑계거리를 만들어 스스로를 속이려 하고, 애써 지현이의 

몸을 범하는 것을 합리화시키려 한 것이 아닐까?

자신은 사실 아내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단지 딸아이의 어린 몸을 원했던 것일까?

단지 자신은 금기적인 욕망을 즐기려했던 것일 뿐일까?

그래서 아내의 영혼을 핑계로 딸아이의 몸을 그토록 갈구했던 파렴치한 놈인 것일까?

진우는 이런 생각들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순간 스스로가 역겹다고 생각되었다.

수치스러웠다.

만일 좀 전에 끝까지 갔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그 순간에 자신이 자각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남자로서의 욕망 때문에 딸아이의 어린 몸을 

품었을 것이다.

아내가 아닌 딸아이 몸의 순결을 빼앗았을 것이다.

순간 등골이 서늘했다.

아니 이미 반은 범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애무로 지현이의 몸을 절정에 이르게 하였으니, 이미 아내는 잊고있던 성에 대한 감각을 되

찾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이제 이전처럼 자제하기 힘들어 질 것이다.

아니 그녀뿐 아니라 진우 자신도 그럴 것이다.

아직 진우의 손끝과 입술, 혀에는 지현이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몸에서 느껴지던 그 감미로

운 감각과 내음이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어린 딸아이의 깊은 몸 안에서 느껴지던 그 뜨겁던 촉촉함 역시 남아있었다.

아마 이 감각을 절대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밤마다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자신과 아내, 둘 다 이제 더욱 더 괴로울 것이다.


그렇게 진우는 거의 한 숨도 잘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날이 밝아서도 지현이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없어 방안에서 두문불출했다.

지현이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아마 그녀도 어제의 일로 충격이 컸는지 몰랐다.

'뭐라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진우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를 않았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용기도 없었지만, 괜히 섣불리 이야기를 꺼냈다가 오히려 역효과

가 날까 그것도 두려웠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그 다음날로 예정된 싱가포르 출장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지현이를 혼자 두고 며칠이나 집을 비워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아 불안했다.

그러나 도저히 미룰 수 없는 출장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진우의 마음 한 구석에는 눈앞의 현실로부터 당장 도피하고 싶은 마음 또한 있었는

지도 몰랐다.


진우는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에 시간이 늦었지만 일단 부하직원과 함께 회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며칠만에 듣는 지현이의 목소리였다.

"나야..."

".....!"

순간 수화기 건너편에서 동요하는 느낌이 전해졌다.

"나.. 좀 전에 서울에 도착했어..  회사에서 마저 일 처리를 하고 저녁 늦게나 들어갈 거

야..."

"아...  예.. ....  저.. 잘 다녀오셨어요..?"

"응... 집에는 별 일 없었어..?"

"예..  저.. 많이 피곤하실 텐데.. "

"괜찮아...  이제 그만 끊어...  이따가 보자..."


진우가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집에 돌아오자 시간은 10시가 넘고 있었다.

며칠만에 돌아온 그의 집은 아직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물론, 간단한 대화들.. 즉, 그 동안의 안부나 싱가포르에서의 일 이야기 등이 좀 오갔지만, 

그럼에도 지현이는 아직 그를 제대로 마주보지 못했고, 진우도 역시 여전히 긴장이 되는 듯 

약간 허둥대는 모습마저 보여주었다.

"저... 피곤하실 텐데..  그만 주무세요..."

이런 어색한 자리를 피하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지현이의 말에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넘고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머뭇거리다보니 벌써 이렇게 되었다.

"아.. 벌써 이렇게 되었네...  그래.. 피곤한데 그만 자야지..."

진우가 마지못해 소파에서 일어서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다시 지현이에게 말을 

걸려했다.

"저...  저기 말야..."

"예...!?"

순간 지현이가 흠칫 놀라 긴장을 하며 두려운 듯 몸을 움츠렸다.

".....!  ....아 아냐.   나중에 이야기하지.."

그 모습을 본 진우는 표정이 어두워지며 이야기하려던 것을 포기했다.

아직 지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못한 것이다.

"아... 죄 죄송해요..  저는.. 그냥..."

지현이도 자신의 과민반응에 민망했는지 미안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냐 괜찮아...  이제 그만 들어가서 자..  나는 좀 거실에서 생각할 것이 있어..."

"예... 그럼.. 저...  ......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를 한 지현이가 자기 방으로 들어간 뒤 잠시 후, 그녀의 방문이 잠기는 소리가 조그맣

게 들렸다.

찰칵...

진우는 그 소리를 들으며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후 우...."

그는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진우가 그런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것은 그 이후 열흘쯤 지났을 때였다.

여전히 계속되는 숨막힐 것 같은 어색함, 서로에 대한 긴장감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속시원하게 서로 말을 못한 채 그저 암묵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그런 결심을 하게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며칠 전 밤에 우연히 엿들었던 어떤 

소리 때문이었다.

밤중에 이런저런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진우가 베란다에서 바람을 쐬고 싶어서 거실

로 나왔을 때였다.

그때 지현이의 방에서 문틈사이로 가늘게 새어나오던 어떤 소리가 진우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진우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살며시 다가가 귀를 기울이자, 문틈으로 나는 소리는 역시나 뜨겁게 토

해지는 가쁜 신음소리였다.

"하아... 아으으음..  으으응...  흐응.. 아으으응..."

'......!'

지현이가 자위를 하는 소리가 분명했다.

그 애처롭고 가녀린 숨결이 토해지는 여자아이의 신음소리.

순간 진우는 아랫도리가 후끈 달아오르며 뻐근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지현이의 신음소리는 촉촉하게 그의 이성을 휘감아오며 가두어진 그의 본능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그는 당장 방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문고리를 잡은 그의 손바닥에는 땀이 축축하게 배어 나오며, 진우는 몇 번이고 망설임을 거

듭했다.

결국, 그는 애써 자제를 하며 안방으로 힘든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또 다시는 안 돼...'

진우는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지만, 아직 귓전에 울리는 아까 그 지현이의 신음소리는 밤

새 그를 괴롭혔다.

아마 아내도 되살아난 성의 감각 때문에 괴로운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직 혼돈스러운 것 같았다.

진우도 이제 지현의 여체 깊숙이 손을 넣었던 경험 때문에 도저히 참을 수 있을 것 같지 않

다.

이런 상태라면 자신이나 그녀로서나 그 날밤과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였

다.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해...'

그렇게 그는 며칠동안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이 위태위태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다.

안 그러면 이런 숨이 막힐 것 같은 상황을 당장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방법이 없을 것 같았

다.


이윽고 진우는 지현이를 조용히 불렀다.

그녀는 진우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 며칠 동안 고민을 했어..  그리고 나온 결론 끝에..  결심을 했어..  우리 둘을 위해

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

진우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당신을 한동안 강릉으로 보내기로 했어..."

".......!"

지현이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단 몇 달간이라도 좋으니 서로가 안정이 될 때까지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진우는 지현이에

게 이런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솔직히..  이렇게..라도  하지 못하면...  나 당장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아.. 스스로가 

두려워..."

"................."

지현이는 갑작스런 그의 제의에 당황스러운 눈빛을 보였지만, 그러나 얼마 후 스스로도 상

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듯 했다.

"길어야 1년이야..  너무 길다 싶으면 한 학기라도 좋아..  서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가

져 보자..."

진우의 말에 한동안 묵묵부답이던 지현이가 마침내 작게 입을 열었다.

"그래요..."

긴장하며 조심스레 이야기하던 진우는 지현이가 조용히 승낙을 하자 비로소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이해를 해주니 고마워..."

"어쩔 수.. 없잖아요..."

"당신을 강릉으로 전학시키는 구실은 내가 적당히 마련할게.."

"그렇게 하세요.."

"그런데...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닐텐데..  정말 괜찮겠어..?"

"....?  무슨 말씀이세요..? "

"장인 어른 말이야...  당신..  당신이 죽은 줄 아는 아버님 앞에서.. 계속 손녀 행세를 해

야 할텐데.. 괜찮겠어..?  그렇게 같이 살아야 하는데..."

"아..!  그렇..겠군요..."

"그렇겠지..."

".............."

지현이는 그 때문인지 한동안 침묵을 하고 있었다.

"정.. 힘들 것 같으면..  그만 두던지..  며칠 더 신중히 생각해보자.."

"아 아니예요..  그냥 그렇게 해요..  나.. 잘 할 수 있어요.."

"그래..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마워.. 당신을 위해서라도 이것이 차선책 정도는 된다고 생각

해.."

진우는 그렇게 말은 했지만,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너무나 힘든 생활을 강요하는 부탁이었기에..


처가에서는 당분간 지현이를 강릉에서 지내게 하겠다는 진우의 제의에 무척 의아해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둘만 남은 가족이 헤어져 지내려하는 사정을 그들은 알 수 없었을 것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우는 일단 처가에다가는 회사 일을 핑계로 대었다.

진우의 회사는 지난 번 프로젝트의 성공 이후, 비교적 일이 순탄하게 풀려서 새로운 해외순

회전시용 프로젝트를 땄다.

그런데 이번 겨울부터 들어가는 신규 프로젝트들은 해외에서의 촬영이 주를 이루고, 또한 

해외전시에서도 업무를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외국 출장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처가에는 진우가 장기간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지현이 혼자 지내게 하

기에는 걱정이 된다는 핑계를 대었다.

물론, 그렇게 많이 비우는 것이 아님에도 다소 과장을 섞은 것이었다.

또한, 겸사겸사 아직 딸 생각을 하는 장인어른에게 한 1년 손녀딸이 같이 있으면 위로가 될 

것이라는 핑계도 대었다.

처가에서 곧 진우의 이런 이야기에 수긍을 했고, 오히려 사려가 깊은 사람이라고 칭찬을 했

다.

사실 처가에서는 지현이를 무척 애틋하게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반가워하는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그들에게는 애처로운 피붙이인 것이다.

그래서 지현이는 3학년 가을까지는 강릉의 처가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 이후는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하여 어차피 올라와야 했고, 1년 정도의 기간

이면 서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으리라 진우는 생각했다.


이런 저런 수속을 거치고 지현이가 강릉에 간 것은 10월 하순이었다.

강릉에서 지현이와 헤어질 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닫고만 있었다.

"어이구.. 우리 지현이가 아빠와 헤어져 지내는 것이 무척 섭섭한 모양이구나.."

장인 어른은 그렇게 지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지만, 아마 그 머리 속의 감정은 다른 

것일 거라고 진우는 짐작하였다.

차를 몰고 수 시간 동안 서울로 올라오면서도 진우의 머리 속은 착잡한 생각으로 복잡했다.

아직 진우의 눈앞에는 그가 떠나올 때 자신을 처연히 바라보던 지현이의 그 눈망울이 아른

거렸다.

그리고 진우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피곤한 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진우가 그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은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 소리 때문이었다.

겨우 깨어난 그는 주섬주섬 전화기를 잡고 시계를 보다 깜짝 놀랐다.

벌써 오전 11시였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에서 온 전화였다.

오늘 오후 1시에 클라이언트와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아직까지 출근을 안 하자 온 확인전화

였다.

"우..."

진우는 겨우 일어나 욕실로 가기 위해 거실로 나왔다.

그때 그는 문득 멈추어서고 집안을 둘러보았다.

텅 빈 집안에서는 왠지 모를 쓸쓸함이 배어져 나왔다.

사람이 하나 없어졌다고 이렇게 적막할까?

진우는 텅 빈 거실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진우는 조금씩 후회가 솟아오르는 자기 자신의 감정을 향해 이렇게 설득하려 하고 있었다.

"만약에 그대로 있었다면.. 나는 터지고 말았을 거야..  그리고.. 자제하지 못했을 거

야..."

그를 그렇게 생각하려 애를 쓰고 있었다.



18장. 남자친구



"서지현.. 좀.. 할 말이 있어..."

주번이라 늦게까지 남았던 지현이는 웬 남학생이 복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자, 약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인데..? 그리고 너는 누구니..?"

"어.. 너는 3반 이경민 아니야..?"

같이 집에 가려고 기다려 준 친구 인영이가 그 남학생을 알아봤다.

"으응.. 그래.."

그 남학생이 인영이의 말에 대답을 했다.

"그런데.. 나한테 무슨 볼일인데..?"

"저.. 그건.. 이렇게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고.. 다른 곳에 가서 이야기 좀 할래..?"

지현이는 잠시 그 경민이라는 남학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또래에 비해서는 좀 큰 편인 키에 평범하지만 호감이 가는 인상을 가진 아이였다.

하지만 지현이는 딱 잘라 거절했다

"싫어.."

그리고는 약간 벙찐 표정의 경민을 나두고 재빨리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 지현아 같이 가.."

옆에서 바라보던 인영이도 지현이를 따라 사라지자, 경민은 약간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하

고 웃고 말았다.


"호 오...  이거 재미있는 걸.."

먼저 앞서가던 지현이를 쫓아온 인영이가 친구의 어깨를 감싸며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이야

기를 했다.

"응..?  뭐가..?"

지현이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이경민 말이야..  보니까 너한테 관심 있는 것 같던데.."

"에엑..! 설마.."

"기집애..  설마는 뭐가 설마야..  너도 대충 눈치를 챘으니 그렇게 딱 잘라 자리를 피한 

거잖아..."

인영이가 지현이의 귓가에 짓궂게 속삭였다.

"............."

지현이가 뜨끔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걷기만 하자, 인영이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

정으로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 어떡할 거야..?"

"뭐가..?"

"경민이가 너한테 프로포즈라도 하면..."

"난.. 별로 생각 없어.."

"우와.. 뜸도 안 들이고 바로 잘라 말하네...  그래도 경민이 정도면 괜찮은 편인데..."

"그래..?  그 애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니...?"

"뭐.. 그런 편이지.. 그렇다고 아주 잘생기거나.. 운동을 잘한다거나.. 그런 것 보다.. 성

격이 좋으니까 친구가 많아... 하긴 뭐.. 생긴 것도 호감은 가는 편이잖아..."

"흐응.. 그렇구나.."

지현이가 약간 수긍이 간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너 혹시..?  서울에 남겨두고 온 남자라도 있냐..?"

"뭐..?  그게 무슨.."

인영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지현이가 깜짝 놀랐다.

"그런 게 아니면 너무 단호한 게 이상하잖아.. 이전에도 너 좋아하는 남자애들이 좀 있었잖

아.. 그런데 다 거절하고서는.."

"아 아냐..  그런 거.."

지현이는 '서울에 남겨두고 온 남자'라는 말을 듣자, 왠지 뜨끔하여 당황하였다.

순간 '아빠'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그 그냥..  나 어쩌면 2학기 때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할지도 몰라..  그런데 남자친구 사

귀어도 어차피 헤어져야 하잖아.."

지현이는 마치 아빠와의 관계를 인영이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양 황급하게 둘러대었다.

"하긴.. 그렇겠다..."

인영이는 지나치게 당황해하는 지현이가 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언젠가는 이 친구와 헤

어져야 한다는 것이 벌써부터 서운한지 고개를 끄덕였다.


지현이가 강릉에 온 지도 어느덧 6개월 가까이 되어갔다.

처음 작년 2학년 가을에 지현이가 이곳에 전학을 왔을 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좀 

힘들기도 했었다.

외가라고는 하지만 사실 명절 때나 오던 곳이었고, 지현이는 그 동안 서울을 떠나 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강릉에 온 후 본격적으로 습작을 시작했다.

사실 지현이는 그 동안의 사정으로 마음먹고 글을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어쨌든 그녀의 재능은 곧 국어선생님의 눈에 띄었고, 비슷한 취향의 아이들에게도 어느 정

도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어느 정도 강릉에도 익숙해졌고, 3학년에 올라온 뒤에는 친한 친구들도 생기

게 되었다.

인영이도 그 중의 하나인 여학생이었다.

지현이에게는 친한 여자아이들 뿐 아니라 관심을 가지는 남자아이들도 많았다.

전학생이라는 호기심에다 용모도 아름다운 지현이였으므로, 그 중에는 2학년 때부터 좋아한

다고 따라다닌 남학생들도 두어 명 있었다.

하지만 지현이는 그런 남자아이들의 관심을 또래 아이들다운 감정으로 그냥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지현이는 자신의 현재 상황 때문에 그런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고, 때문에 그 

남학생들을 딱 잘라 거절했었다.

그리고 그들도 너무 단호한 그녀의 태도에 질렸는지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3학년 올라와서 경민이라는 남학생이 새로 나타난 것이다.


지현이가 경민이라는 남학생을 만난 그 며칠 뒤였다.

외숙모 심부름으로 동네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낮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지현이 아냐..  이런데서 만나네.."

"응..?  아...!"

놀란 지현이가 돌아다보니 이경민이었다.

"안녕..."

"으응.. 너도 잘 있었니.."

"그래..  참.. 지현이 너 이 근처 사나보지..?"

"응.. 그래..  그럼 너도..?"

"아 아냐.. 친구네 집에 놀러왔다가..."

경민이 옆에 있는 남학생 둘을 가리켰다.

"아.. 안녕.. 만나서 반갑다.."

그 남학생들은 좀 멋 적은 듯 지현이에게 인사를 하더니, 친구의 옆구리를 한번씩 쿡 찌르

고는 슬쩍 자리를 피해주었다.

"어.. 야 임마..  아...  지현아.. 저 녀석들 신경 쓰지마..  참.. 모처럼 만났는데.. 우

리... "

"아니 괜찮아.. 그럼 잘 가.."

그때 계산을 마친 지현이가 경민의 말을 끊으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편의점 문을 열고 나서려 했다.

"아.. 잠깐..  지현아.."

"왜..?"

"근처에서 이야기 좀 할래..?"

"난 할 말이 없어.."

지현이가 무시하고는 문을 열고 편의점을 나갔다.

"잠깐만.."

경민이 따라 나와서 지현이의 팔을 붙잡았다.

"어머..  왜 이러니..?"

지현이가 그의 손을 뿌리치며 쳐다보자, 경민이 내친 김에 이야기를 시작했다.

"널 좋아하니까.."

"뭐..?"

"제대로 못 들었어..?  그럼 다시 말할게..  좋아..아니 사랑해... 사실은 2학년 때부터였

어..."

경민은 지현이의 눈을 쳐다보면서 단호하게 고백을 하였다.

"............"

지현이는 갑작스런 경민의 고백에 당황하여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어설프게 고백을 한 다른 녀석들과는 틀릴 거야.."

"이..이야기 끝났니..?  그럼..  나 이만 갈게..."

지현이는 얼굴이 붉어진 채 더듬거리다가 휙 돌아서서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등뒤에서는 경민이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좀 끈질긴 녀석이라고... 승낙을 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야..."

집으로 돌아오며 지현이는 왠지 얼굴이 상기되는 것을 느꼈다.

이전과는 느낌이 다른 남학생이었다.

그 경민이라는 남자아이는..

이전의 좀 어설퍼서 귀찮다고까지 여겨졌던 남학생들과는 어딘지 다른 느낌의 아이였다.

그래서였을까?

이전처럼 그 자리에서 딱 잘라 "싫어.."라고 말해주지 못하고, 그 자리를 빠져 나오고 말았

다.


그 후에도 경민은 계속 지현이에게 프로포즈를 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지현이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 것은 그 때 한 번뿐이었다.

하지만, 경민은 이런저런 일로 지현이와 마주칠 때마다 그녀의 호감을 얻으려 진심으로 노

력을 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지현이가 있는 곳에서 경민이 눈에 띄는 경우가 점점 많

아졌다.

그 때문인지 어느새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경민이 지현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는 지나가던 선생님마저 "둘이 잘 어울리는데.." 하고 놀리실 정도였다.

물론, 이런 주변의 분위기는 경민이 평소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호감을 주는 학생이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남자친구라..?

지현이는 경민으로 인하여 새삼 이 단어를 떠올려 보았다.

왠지 지현이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아 보이던 그런 단어였다.

사춘기 여자아이들에게는 가장 민감한 그런 단어일 것이겠지만, 지현이에게는 왠지 거리가 

느껴지는 단어였다.

서울에 있을 때도 좀 친한 남자아이들은 있었지만, 이성친구로서 여겨지지는 않았었다.

어쩌면 지현이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부터 지금까지 지현이에게 남자는 오직 한사람, 아빠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생활에서 엄마의 흉내를 내야 했으므로 항상 아빠를 의식해서 행동했고, 모든 생활이 

아빠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런 것이 어느덧 당연하게 생활로 자리잡았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또래의 남자아이들은 그저 미숙한 어린아이들일 뿐 남자라고 생각

되지는 않았었다.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경험 때문에 많은 기준을 아빠에게 맞추다보니, 또래 남학생들은 그

저 유치할 뿐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강릉에 와서 자신에게 프로포즈를 했던 이전의 남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강릉에 오면서 아빠를 중심으로 돌던 그 생활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의 틈새로 경민이라는 남자아이가 여기에 침입자처럼 파고 들어왔다.

그것은 지현이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문제였다.

사실 지현이는 강릉에 와서도 자위를 계속하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낮선 환경에 적응 못하여 엄두를 못 내었었지만, 조금씩 강릉이 익숙해지고 

긴장이 풀리면서, 다시금 밤마다 몸 속 깊은 곳에서 스믈스믈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빠는 여전히 꿈속에 나타나서 이제 막 성의 감각을 알기 시작한 어린 소녀의 몸과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었다.

지현이는 점점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져주시던 아빠의 손길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어느새 외가식구들이 들을까 조심조심 소리를 죽여가면서도, 그 날의 아빠 손길을 

기억하려 애를 쓰며 안타깝게 자신의 몸을 더듬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또다시 한 두 차례의 폭풍이 여자아이의 몸을 흥건히 적신 채 지나가면, 지현이는 

그 여운 속에 남은 욕망과 죄의식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는 했다.

지현이는 이러는 자신이 혼란스러웠다.

지현이의 아빠에 대한 감정은 처음에는 그저 어린아이다운 아빠에 대한 사랑일 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어느 사이 이상적인 이성을 아빠에게서 찾게 되면서, 사춘기 소녀의 두근거

림과 순수한 사랑이 스며들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날의 성경험으로 말미암아, 여자아이는 어느새 아빠에게 성적인 갈증을 

느끼게 되었다.

밤마다 지현이를 괴롭히는 아빠를 향한 성적인 갈등.

지현이는 지금 이런 자신의 감정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지현이도 중3 이었다.

이전까지처럼 아직 모르는 것이 많던 어린 여자아이가 아니라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씩 내면적으로 성장을 하면서 자신의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고, 그 때

문에 지금의 자신이 무척이나 두려웠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마음과 생활을 아빠를 의식하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조금씩 자기의 삶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이때 다가선 '남자친구'라는 단어는, 따라서 지현이에게 새로운 감정을 불러 일으켰

다.

지현이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아빠를 향해 느끼는 성적인 갈증과 함께, 이제는 사춘기 소녀

로서 평범한 이성교제에 대한 열망 또한 느끼고 있었다.

지현이도 이제 평범한 소녀처럼 그러고 싶었다.

솔직히 그녀로서는 이전까지 같은 또래 남자아이들에 대해 이런 감정이 없었으므로 당혹스

럽기도 했다.

자신에게 아빠말고는 처음으로 이성으로서 호감이 가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경민에게 이성으로서 끌렸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되고 익숙해지면서, 그의 친근하고도 호감 가는 웃음을 자주 보

게 되면서, 왠지 아빠말고 처음으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그런 존재를 느꼈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 그녀의 곁에 아빠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그래도 아직 지현이는 아무런 확신이 서지 않고 있었다.

자신에게 불현듯 찾아온 이런 감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그리고 어느덧 5월이 왔다.

어린이날이라 학교에 가지 않은 지현이가 편안하게 쉬며 책을 보고 있을 때였다.

오후쯤에 밖에서 돌아온 외숙모가 지현이를 부르셨다.

"어.. 지현이 너.. 마침 집에 있었구나..."

"왜요..?  외숙모..."

"오늘 별로 할 일 없지..  그럼.. 나랑 같이 좀 나가자.."

"어디 가시는데요..?"

"응... 지금 단오제 하잖니.. 그래서 남대천 쪽에 장이 서는데.. 마침 이불거리나 좀 장만

하려고..."

"단오제요..?"

"응..  아... 너는 한번도 본 적이 없겠구나..  왜.. 그저께부터 크게 행사하는 거 있잖

니.."

"아..! 그거요..."

"잘 되었네..  그럼.. 외숙모랑 같이 가자..."

외숙모는 어린것이 아빠와 떨어져 지낸다고 안쓰러워서, 무슨 일이 있으실 때면 꼭 지현이

를 챙겨주곤 하셨다.

외숙모는 처녀 적부터 엄마와도 친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 예전 엄마의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다.

"그럴까요..?"

"그러려무나.."

마침 오늘 집에 계시던 외할아버지도 신문을 보다가 말씀하셨다.

"네..  그럼..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아버님.. 그럼 지현이 데리고 좀 다녀올게요..."

"그래라.. 태영이는 내가 보고 있을 테니..  으차..  자.. 태영아.. 할애비하고 놀자.."

외할아버지는 이제 2살이 되는 사촌동생을 안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렇게 모처럼 외숙모와 함께 외출을 한 지현이는 단오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둘이서 즐

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이불거리를 사려는 외숙모를 따라 한 가게에 갔을 때였다.

문득 심심해서 이불거리를 고르고 있는 외숙모 곁을 벗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북적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흐음.. 오늘이 휴일이라서 그런가..? 사람이 꽤나 많네..."

그런데 그때 저쪽 멀리에서 낮 익은 얼굴이 하나 지현이의 눈에 들어왔다.

경민이었다.

아마도 가족들과 같이 나온 듯 짐꾼 노릇을 하고 있었다.

'윽.. 하필이면 여기서도 저 애를 만다나니.. 질기다.. 정말..'

지현이는 혹시나 저쪽에서 자기를 알아 볼까봐 슬쩍 몸을 숨기려 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경민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반색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가족들한테 뭐라 이야기를 하더니, 결국 빠져 나와서 지현이 쪽으로 뛰어오는 것

이었다.

"에구구.. 저 녀석.. 휴일이라고 짐 좀 들라 시키려고 했더니만.. 그새 빠져나가네..."

경민의 등뒤에서 엄마인 듯 한 아주머니가 야단치는 것이 지현이에게까지 들렸다.

"풋..."

그 소리를 들은 지현이가 살포시 미소짓고 있는데, 그녀 앞으로 다가온 경민이 말을 걸어왔

다.

"안녕.."

"으응.. 안녕.."

"헤.. 이거 정말 우리 인연 아니냐.?  이런 곳에서도 만나게.."

"어머.. 누구니..?"

마침 가게에서 나오던 외숙모가 경민을 보고 놀라며 물으셨다.

"아.. 외숙모.  얘는요.. 그냥 학교에서..."

"안녕하세요.. 지현이 친구 경민이라고 합니다.."

경민이가 선수를 치며 인사를 하자 지현이가 그만 당황하였다.

"어머..! 얘..  친구라니..."

"어머.. 우리 지현이한테 남자친구가 있었니..?  몰랐네..."

외숙모가 무엇이 재미있는지 웃으면서 경민이를 반겨주셨다.

"어.. 아 아니에요.. 외숙모..."

"괜찮아..  우리 지현이도 이제 남자친구 사귈 때도 되었지 뭐... 이렇게 이쁜데..."

외숙모가 웃으면서 지현이 엉덩이를 톡톡 쳐주셨다.

"아.. 저 그게..."

지현이가 외숙모에게 무어라 변명을 하려는데 경민이가 갑자기 말을 했다.

"저.. 지현아..  딴 데서 우리 이야기 좀 할래..."

"어..? 안돼..  외숙모랑 같이 장봐야 한다고..  짐도 있고..."

"아냐 괜찮아.. 나 혼자 들 수 있으니... 지현이 너는 친구와 좀 놀다가 와.."

뭔가 오해를 하신 외숙모가 알아서 경민을 배려해 주며 자리를 피해주셨다.

"어..!  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지현이가 당황하여 거절했지만, 넉살좋은 경민 덕분에 결국 그렇게 해서 둘만 남게 되었다.

"너..."

어처구니없어진 지현이가 화가 난 표정을 지었지만 경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에이.. 화 풀어.. 지현아...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그냥 재미있게 놀자..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나갈래..?"

"후 우..."

지현이는 좀 화가 났지만, 왠지 웃은 낮의 경민에게 화를 내기도 뭐해서 그냥 한숨을 쉬고

는 따라 나섰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데이트 비슷한 것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마지못해 

따라나섰던 지현이도 어느새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게 되었다.

그것은 경민이 지현이를 사소한 것까지 편하게 배려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아이는 참 편한 아이로구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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