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밥투정

2022.05.06 15:14 9,27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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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쟈씨, 차 쫌 부탁 해여.’

‘네, 염려 마십쇼. 요즈음은 자주 오시네……..1시간이여? 아님…..’

‘오늘은 두 시간 부탁 해여. 친구도 같이 와서리…..’

나는 얼른 키를 받아 들고, 부리나케 차에 오른다. 또 다시 시작되는 일과. 유달리 내가 근무를 서는 낮 시간에는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저 또라이 아그 들은 내가 운전 면허도 없는 걸, 알랑가 몰러……..내가 차를 몰고, 나만의 주차 공간으로 차를 번개 같이 이동 시키고는 손을 탁탁 털면서, 나는 키를 챙기기 무섭게, 현관 입구로 달려 간다. 벌써부터 들이 닥치는 걸 보면 금요일이 분명한 게다. 허긴, 주말이면 남편이네, 자식 새끼들이네 복작거릴 텐데, 예금 허는 셈 치고, 남친 좇물 이나 곱으로 받아 자셔야 배부르지 않겠나 싶다. 대개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요일 감각이 둔해져서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곧잘 잊어 먹기도 하지만, 이렇게 뻔질나게 들이닥치는 차량과 방문객의 조짐으로 나는 대강 요일을 알 수 있었다.

방문객이 현관을 들어서자 마자, 내가 해야 할 일은 또 있었다. 손님이 집으로 올라간다는 신호탄 성격의 인터폰을 해주는 서비스가 그 것 이었다. 나도 대가리가 대가린지라,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과 친분 관계를 외우기는 역부족인데다, 언제나 조심을 기하자는 의미에서 생겨난 나만의 버릇이기도 했다. 나의 할 일은 아파트 경비직에 불과 했지만, 그 일의 경중은 단순한 논리로 따지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구석이 있긴 했다. 우리 같은 경비 근무자는 관리소 측면으로 볼 때, 요즈음은 저녁 근무 교대를 별로 바라질 않는다. 왜냐하면, 나 같은 고정 직급이 야간에 근무를 서면, 졸든가 말든가, 추가로 야간 근무수당을 더 쳐서 지불해야 하기에, 관리소 측면으로 볼 때, 별로 탐탁지 않아서가 그 이유라면 이유였다. 그래서 관리소 측에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야간 근무의 알바화 였다. 낮 시간에 쌩뚱 맞은 알바 생들을 배치 했다가는 곧바로 주민들의 원성을 살 수도 있기에, 낮 시간에는 부득불 우리 같은 노땅 들을 배치하고, 저녁에만 시간 땜방 형식의 알바 생들을 고용했는데, 그 덕을 톡톡히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들 이었다. 왜냐하면, 교대로 이어지는 밤낮 없는 근무로 인해 언제나 벙찐 상태로 근무해야 하는 우리들의 신체 리듬을 어느 정도 정상화 시킬 수 있었고, 게다가 저녁 시간에야 어찌 되었든 간에, 가족들이 모두 귀가하고, 특별하게 잔치가 있다든가, 지인, 친척 이외의 방문은 없기에, 그들을 통제하는 측면에서는 알바 생도 그 역할을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낮 시간은 그 양상이 판이하게 달랐다. 아이들과 남편들이 나가고 난 아파트의 공간은 그야말로 아줌씨 보지들의 세상 이었으며, 그 눈에 잘못 비춰졌다가는 단박에 목줄 날라가는 것은 시간 문제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잡상인과 철가방을 날카롭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 혜안도 우리는 지니고 있어야 했다. 요즈음 잡상인들은 말이 잡상인 이지, 007 가방 떡 하니 들고, 쭈욱 빼 입은 차림새가 도저히 잡상인 이라고 보기 어려 웠기에, 수채 구녕에 밥풀 걸러 내듯이, 대번에 모가지를 잡아 채야지, 안 그랬다가는 반상회에서 허벌 나게 안주되기 십상이었다.

‘따르릉….’

‘여보쇼…..야그 헙시다…….누구여? 김가여? 나랑게……워쩐 일이여… 시방……바쁠턴디…..’

친구 경택이다. 오랜 고향 친구 이기도 한 그도 나와 같은 바둑이 신세다. 그러나, 그의 직종은 나보다는 훨씬 폼 나는 모텔 쪼바 였다. 내놓고 씹 돌리는 년들이랑, 주구장창 그런 년들 까 잡숫는 아그들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 다는 그의 자랑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 온 그 간의 세월…. 그러나, 어쩐 일인지, 전화로 들리는 목소리가 시큰둥 허기만 하다.

‘경기? 요즈음 쪼까 바쁘다 안 혀? 넌 워뗘?’

전화를 통해 전해 듣는 그 쪽 경기는 말이 아니란다. 요즈음은 어쩐 일인지, 손님들의 발길도 뜸해지고, 한산하기가 이를 데 없어, 주인의 얼굴이 시도 때도 없이, 불그락 푸르락 대서, 얼마나 버틸지, 감도 안 선다는 푸념 이었다.

‘그거이 난 요렇케 본다 이 말이여……시상이 불그루 죽죽, 쌕판 으로 돌아 번지다 보니껜 두루, 갈 곳이라고 혀 봐야, 몰래 씹질 할 곳 밖에 더 있겄냐? 그러니, 모텔이네, 호텔이네 하는 것들이 득세를 했던 거이 사실이여. 허나, 씹보지에 불 난 년들이 횟수 가리겄냐? 그것도 하루 이틀 이지, 불 난 보지, 일일이 불 끄러 다니려면 그 비용도 수월 찮을 거 아닌 가벼? 그러니 워쪄? 비용 절감 측면에서 낮 시간을 이용해서, 가사노동에 주력허는 수 밖에 더 있겄냐 이거지. 위험 부담이야 쪼까 있겄지만 서도, 그 몰래 까 잡숫는 맛이 영판 색다르다 허대. 한번 대가리 굴려봐. 지 남편이 방금 싸고 나간 침대에서 놈팽이랑 굴러 가며, 씹보지 내두르는 맛이 오죽 허겄냐 이 말이여. 그 덕에 내는 눈코 뜰새 없이 하기스 차고 있다 않혀?......뭐시라고라?...... 뇨실금 있냐고? 요 싸가지 하고는……똥오줌 못 가리게 바쁘단 말을 고로코롬 받아 챙기는 심뽀에 일이 잘 될 턱이 있을랑가 몰러….끊어, 끊자고….나 바쁘당게…..다음에 야그 허자고…….’

약을 있는 대로 올리고 전화를 끊어대니, 전화기를 통해 경택이의 씩씩거리는 코 평수가 보이는 듯도 했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 이었다. 나도 이렇게 바쁘게 된 것이 얼마 전부터 이긴 했다. 신문과 방송에서 웬만한 모텔에 몰카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없다는 방송 보도와 함께 밀어 닥치는 회귀 본능…..맨 처음부터 요런 씨슈템 으로 돌아가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1 가구 1주차로 되어 있기는 해도, 요즈음, 웬만한 평수를 차지 하고 있는 기깔난 세대들은 차 2 대쯤은 기본 이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저녁 시간만 되면 아파트의 주차장에서도 주택가 골목처럼 주차 전쟁이 밥 먹듯이 일어났고, 그 문제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이나, 아파트 관리소 측면에서도 풀어야 하지만, 좇나리 난감한 숙제 아닌 숙제로 부상해 버렸다. 저녁 시간은 그렇다 치더라도, 낮 시간은 묘한 주차 전쟁으로 인해 아줌씨 들의 원성을 표현할 수는 없어도, 그 불만이 쌓여가는 것이 눈에 보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방문 고객 수를 자랑하는 603호 미시는 이런 씨슈템의 정착에 기여한 공이 지대하다 아니할 수 없었다. 지금의 업무과정에 대해서 스스로 아이디어를 짜내어 우리들에게 제시한 것은 바로 그녀 였다.

‘아쟈씨 저 좀 봐요.’

‘603호 사모님 아니셔유? 워쩐 일로…..’

‘저, 낮에 저희 집에 오는 손님들 있죠?’

‘그런디요….’

‘임의로 아쟈씨가 발레파킹 좀 해 주시면 안되여? 제가 사례는 할 테니….’

‘아니, 여기가 호텔도 아니고 설랑…..’

‘네? 사례는 섭섭치 않게 해 드릴께여.’

그래서 시작한 것이 효시 였다. 대개 여친의 집에서 빠구리를 돌리려는 남친 들은 자신의 얼굴이 여친의 집 주변에서 공공연하게 노출 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 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호텔처럼 아파트 현관 입구에 차를 대고, 냉큼 차에서 나와, 번개 같이 승강기에 안착하면, 시선주목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는 그들만의 계산으로 형성된 과정 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란 사람에게도 부수적인 업무 준비가 별도로 필요하게 되었다.

관리소 측이 눈치채지 못 채도록 방문객의 차 키를 별도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든 보관함, 그리고, 현재의 비어있는 주차가능 공간에 대한 현황판, 그리고, 각 호수와 연관된 남친 들에 대한 인상착의와 그에 준하는 사진 혹은 프로필을 적은 약식메모를 기록한 나의 X파일이 그것 이었다. 키 보관함과 주차 공간 현황 판은 설사, 관리소에서 경비실에 대한 감독 차원에서 쎈타를 까고 발견했다손 치더라도, 둘러댈 이유가 많았지만, 그 X파일은 의미가 좀 달랐다. 그 안에는 남친들의 방문 일정이 소상하게 날짜 별, 시간대 별로 적혀 있었고, 어떤 것은 그 날의 인상착의까지 소상히 기록되어 있어서, 그 중요성은 누가 보더라도 대단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내가 그들의 빠구리 놀이에 동참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들의 불륜 파티에 시종장 노릇을 한 것 만은 틀림없는 사실 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소문은 계단의 우아래로 일파만파로 번지게 되었다. 그러니, 나도 어떻게 하겠는가? 나 나름대로의 세일즈 전략과 가격결정이 있어야 된다는 판단이 서지 않을 수 없었다.

‘따르릉!......’

‘여보쇼…..야그 헙시다…….누구여? 김가여? 나랑게……워쩐 일이여… 시방……바쁠턴디…..’

언제나 똑 같은 나의 응대. 경택이는 그 놈의 야그 헙시다란 말 좀 빼자고 들이대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여차저차 혀서, 저차여차 헌디, 니 생각은 워뗘?’

나는 같은 바둑이 신세인 경택이에게 내 의견의 타당성을 내보였다. 당연히 그는 나보다 쩐빨이 앞서고는 있었다. 택시도 시간, 거리 병산제가 있으니, 발레파킹도 같은 의미에서 들이대라는 것이었다.

‘그려, 그 말도 쪼까 일리는 있네. 1시간 당 기본 관리비, 뿌라스 그 사이에 주차 공간 협소로 말미암아 발생허는 시간내 차량 이동 횟수에 따른 추가 비용, 뿌라스 위험부담금 및 정보유지비로 몰아서 받아내 번져라, 이거이지?’

경택이의 조언에 의하면, 신뢰감의 상승은 빙글대며, 웃어주는 미소가 가져다 주는 거이 아니라, 안면을 까더라도, 학실하게 다잡아 나가는 비즈니스 마인드라 강조하면서, 거, 그 아쟈씨, 돈은 절나 잘 받아 챙기긴 해도, 입 하나는 끝내주게 무겁고, 일 처리 하나는 기깔 나다라는 평이 돌아야,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리를 틀고 앉아 무병장수 할 수 있다는 요지였다.

‘저 903호 사모님, 저 좀 쪼까 보시요.’

‘왜요, 아쟈씨?’

자그마한 몸짓에 톡 불거져 나온 오리 궁딩이, 조막만한 얼굴의 그 사모님도 603호와 필적할 만큼, 남친의 방문으로 문지방이 닳아 없어질 지경이었다.

‘저 이거 좀 가져가서 보시요이. 참고가 되실렁가 몰러도….’

내가 쌩돈을 들여가며, 수 십장을 복사한, 나의 가격표가 담긴 사업 설명서는 그녀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고야 만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없긴 왜 없어! 하면서 만사마가 튀어나올 수도 있는 상황 이었지만, 그 대신 그녀들은 다소 실리적 이었다.

‘매번 드려야 되여?’

‘직불카드도 되 구유, 크레딧 카드도 다 되는 디유, 시방, 기계 설치에 문제가 있어서 현찰만 받고 있시유. 매번 내기 구찮으시면, 지가 월말 통계 자료를 맹근 담에, 한 몫으로 결산해 주셔도 좋구유. 이 정도면 통계 자료가 될랑가 모르겄네….’

나는 그 동안 써 놓은 나의 X파일을 넌지시 보여 주었다. 눈이 휘둥그래 지면서 언제 저런 걸 다 적었지 하는 눈초리 였다.

‘알았어요. 전 월말 결산 할게요. 액수만 알려 주시구요……입 무겁게 해주시는 거 필수 인 거 아시죠?’

‘암요. 이 일은 그게 생명인디, 지가 몰를 수 있겄슈?’

양 쪽 집이 마주보고 있는 15층 한 계단 에서만 8집이 넘는 아줌씨들이 내 사업설명서를 받아 갔다. 서른 가구 중에서 8가구 니께…… 어디 보자. 몇 프로야? 대강 27프로 아닌가벼? 나는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영위하는 커플들 중에서 약 30프로 정도가 혼외정사를 경험하고 있다는 어느 기사와 너무도 근접하는 결과에 놀라고 말았다.

그녀들의 공통점을 들라면, 우선 생활 면에 있어서의 안정을 들 수 있었다. 어려운 시절에 쪼들리기는커녕, 그네들은 세상을 거꾸로 사는 것 같은 풍으로 하고 다녔으니까. 언제나 장도 직접 보는 일이 없었고, 파출부가 알아서 살림을 굴려가고, 지들은 찍어 바르고, 차려 입고, 헬쓰다, 미용실이다, 마사지다, 골프 모임이다 해서 언제나 남편 뺨치게 바쁜 족속들이 대부분 이었다. 그 와중에서도 짬짬이 남친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그 놈의 씹질도 줄창 해내는 그녀들의 활동력과 체력은, 가히 소녀장사라고 불리우는, 윤 뭐시기 연예인의 뺨을 돌려 치다 못해, 씹털까지 홀랑 뽑아대는 경지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집으로 불러 들이는 남친들은 하나 같이 미끈한 꽃미남 들이었는데, 그들이 타고 오는 차들은 어린 것들이 하고 다니는 것처럼, 차 모냥을 이리저리 바꾸고 다니는 짓거리를 해댄 것들이 대부분 이었다. 머플러도 일부러 대포 만한 것을 부착하고, 멀쩡한 백라이트도 요상한 색으로 깔아 재끼고, 멀리서도 들리는 쿵쿵 대는 실내 음악이 쩌렁쩌렁한 그런 차들…….옷은 명품으로 뒤덮고, 아랫도리는 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기럭지가 있는 대로 바지를 뚫치고 나서는 그런 부류들…..그녀들의 취향은 어디서 왔는지, 대개가 비스무그리 했다. 돌아가실 것처럼 놀랐던 것은 어떤 사모님을 만나고 나온 그 놈팽이와 차에서 내려 내가 발레 파킹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하는 사이에 마주쳐 때 아니게 놈들끼리 인사를 나누는 광경 이었다.

‘어? 너 성식이 아니니?’

‘니가 왠 일로?’

‘응, 윗 층에 누님이랑 볼일이 있어서……넌?’

‘나두……캬, 너도 그럼?’

‘별 거 있냐? 난 1503호….’

‘난 504호….언제 술이나 한잔 빨자…..’

‘누님들이랑 같이?’

‘거 좋지. 냄비 돌리기 어때?’

두 놈이 나누는 대화는 나중에 만나서 떼씹으로 가자는 모종의 합의로 들렸다. 마치 주인도 없는 보지처럼, 당사자도 없는 그 마당에, 이 눔이 쑤시고, 저 눔이 박아대는 그런 계획을 서슴없이 뇌까리는 지경…..그게 그네들의 생리인 듯싶었다. 나의 사업 계획은 곧바로 동료 경비들에게 유행처럼 번졌다. 대개는 자기가 맡고 있는 구역에서 동일한 사업을 펼칠 수 있었던 반면, 우리들 에게도 상도의가 있었던 것처럼, 가격에 있어서는 동일 수준을 유지하자는 것이 원칙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상부상조 하는 의미에서 자기가 맡은 구역에 지금 당장 차를 갖다 댈 자리가 없을 때는, 바로 연락들을 때려서, 유도리를 봐 주는 것은 우리들 사이의 철칙 이기도 했다.

‘캬 영화가 따로 없네. 워찌케 저렇게 차를 잡아 넣는다냐?’

매 번은 아니더라도 다른 경비들이 나의 운전 솜씨에 혀를 내두르는 것을 나는 자주 보아 왔다. 무슨 스턴트 영화처럼, 번개 같이 차를 파킹 시키고, 유유히 차문을 열고 걸어 나오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박수를 치는 인간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운전 면허도 없이 배운 그 파킹 실력은, IMF로 오갈 곳이 없었을 시절, 친구의 도움으로 일하게 된, 대형 한정식 집의 파킹맨 조수로 있을 때,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었다. 정작 차를 몰고 큰 길로는 절대 나가지도 못하고, 신호등이 뭔지, 표지판이 뭔지 알지는 못해도, 운전에 귀신인 것처럼 차를 몰아대서, 기어이 불가능해 보이는 자리에 차를 파킹 시키는 그 기술이, 이런 허접한 경비직을 하면서 유용하게 쓰일 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다. 낮에는 그런 대로 양심의 가책이 덜 되긴 했다. 그러나, 해가 뉘엿 하게 기울면서, 사모님의 지아비들이 하나 둘, 차를 몰고 아파트로 기어 들어오기 시작하면, 나의 고민은 시작된다. 손에 들고 있던, 오늘 하루도 열심히, 내용을 적어야만 했던, X파일의 기록을 머릿속으로 곱씹으면서 일어나는 황사 같은 씁쓸함…..

‘아쟈씨, 정신 차리슈, 오늘, 당신 여편네….. 놈팽이 둘 이랑, 두 시간 넘도록 보지에 똥꾸녕까지 헤벌떡 대믄서 놀았슈……’

‘아쟈씨, 제발 출장 좀 그만 쫌 댕기슈. 아침에 왔다가 나간 놈이, 점심 먹고 또 와서 보지 쑤신 거 모르쥬?’

‘아쟈씨, 골프 좀 고만 댕기랑게? 이번 주에만 바뀐 놈팽이가 벌써 네 놈이 넘는다구유.’

그래도 밤은 여전히 조용히 아파트 단지를 뒤덮고, 나는 X파일을 품에 넣고, 야간 근무자인 알바생에게 임무를 교대하고 집으로 향한다. 저녁이라고 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알바생이 아침이면 나에게 고해 바친다. 며칠씩 집을 비우는 남편들의 공백을 틈타, 밤새도록 씹질 놀음에 허벌창이 나고자, 아줌씨들은 또다시 발레 파킹을 부탁하려 하지만, 인물이 바뀌고, 쌩뚱 맞은 알바생이 야간 근무자로 자리바꿈을 한 지라, 머뭇거리며 똥마려운 강아지 시늉을 줄창 하더라는 얘기를 전해 들으면서 맞이하는 아침이 좋을 리가 없었다.

‘월래? 뭔 일로 대낮에 1503호 아쟈씨가 행차랴?’

한 낮이라고 긴장을 늦추고, 예전처럼 잠깐 눈이라도 붙일 수가 없어진 것이, 가장 불편한 점이긴 했다. 급작스럽게 들이닥치는 남편들의 행보에, 유효적절 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먼저 제일로 주의해야 될 것은, 승강기를 이용하질 않는 2층의 아줌씨 들을 찾아 온 손님들이 있을 때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경비실 밖으로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대개 낮에 들이닥치는 경우는, 택시로 아파트 현관 입구까지 들어오기 때문에, 택시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 혹은 조수석에 누가 타고 있는지, 신속한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만일 인물에 대한 정황이 포착만 된다믄야, 걱정은 없었다. 일단 사전에 협약된 비상 신호를 인터폰으로 열나 때린 후, 나는 날씨와 관계 없이, 경비실 밖으로 나가서, 해당 남편을 맞이할 채비를 갖춘다. 그리고, 택시에서 내리는 것과 동시에, 가방을 받아 든다거나, 말을 건네면서 시간을 끌게 되는데, 물론 택시에서 내리는 당사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의 임무가 완수 되는 것은 아줌씨와 좇질을 했을 그 놈팽이가 현관으로 내려와야 하는 것인데, 만일 집 안에서 좇나리 씹질을 하며, 난리궂을 피우느라, 인터폰 신호를 못 들었을 것을 대비해서,(못 들었겠다? 귓밥 봐라!) 현관에서 결정적으로 시간을 끌게 하는 것이 나의 비장의 카드 였다. 그것은 우편물인데, 주인 양반을 경비실 옆에 세워 놓고, 한 손으로는 열나 인터폰 신호를 넣어 가며, 한 손으로는 아직 분류되지 않은 우편물 더미를 찾는 시늉을 한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복도 계단의 낭하를 통해 들리는, 2층의 현관문 닫는 소리가 들리는가에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점이다. 만일 문소리가 났다는 얘기는, 밑으로 내려가질 않고, 놈팽이가 계단을 이용해서 위기를 모면하려고, 위층으로 토끼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주인 양반이 의심을 사지 않도록, 우편물이 온 줄 알았는데 잘못 알았다고 하면서, 바로 올려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층에 사는 아줌씨들은 그래서 여유가 있다. 만일, 바로 현관으로 들어가 승강기를 타더라도, 그 동안의 시간적인 여유는 나를 한가롭게 만든다. 이런 모든 씨슈템이 나의 주머니를 살 찌우고, 더 나아가서는 필요로 하는 아줌씨들의 씹보지를 놈팽이들의 좇몽둥이로 흠씬 쑤셔 대면서, 따블로 살찌우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쟈씨? 퇴근 언제 하세여?’

‘이제 다 됐는디….’

‘그럼 이따가 일 마치시고 쫌 올라 오세여…. 드릴 말씀도 쫌 있고……’

뭔 일이래? 난 속이 찜찜 했다. 온 동네가 짜한 603호 사모님의 호출은 왠지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었다.

‘??煉──

‘여보쇼…..야그 헙시다…….누구여? 송가여? 나랑게……워쩐 일이여… 시방……바쁠턴디…..’

‘너 죽을라고 빽 쓰냐? 어디 숭내 낼 게 없어서, 내 18번을 숭내 내고 지랄이여, 지랄은?’

급한 김에 걸어 본 전화에다 대고, 경택이가 나와 똑 같은 멘트를 날려, 화를 돋구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나는 방금 왔다간 603호의 호출에 대해서 의논을 하자고, 경택이를 불러 세웠다.

‘혹시, 협박하는 거 아녀? 그런 거여?’

경택이는 뭘 먹다가 사래가 들렸는지, 캑캑대면서, 시상에, 칼 든 놈 보고, 손 든 놈이 협박하는 또라이 짓은, 생전 듣도 보도 못했다며, 웃는 걸로 다소 안심이 되기는 했다. 사실 내가 쥐고 있는 X파일 한방이면, 그 여덟 가구 집을 한 방에 박살 낼 수도 있는 가공할 위력을 갖고 있다고 자처하는 지라, 경택이의 실소도 이유는 있다고 생각이 되기는 했다. 별 일 없을 거라며, 가격을 깎아 달라고 한다면, 한번쯤 고려해 보겠다고 말하고 나오라고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말을 해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는 안심을 할 수가 없었다. 사복으로 갈아 입고, 승강기를 타고 올라 가면서도, 나는 경비 모자에 짓눌려 엉망이 되어 버린, 내 머리 결을 바로 세우려고 줄창 침을 손바닥에 발라 문지르고 있었다.

‘띵동’

비디오 인터폰으로 나를 확인 했는지, 누구냐고 묻지도 않은 채, 문이 철컥 열리고야 만다.

‘어서 들어 오세여.’

문을 열면서 확 풍겨 나오는 향긋한 냄새……퀴퀴한 냄새만이 가득 찬 나의 하숙 집과는 비교가 안 된다. 나이도 많이 처먹고서 혼자 사는 살림이니, 오죽 하겠는가? 이런 꿈 같은 냄새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고……

‘어서 앉으세여. 마실 것 쫌 드릴까여?’

‘아뇨… 뭐….’

‘운전 하실 것도 아닌데, 술을 드시겠어여?’

‘그럼, 딱 한잔 만…..’

경택이가 마지막으로 전화에 대고 남긴 당부의 말이, 바로 술을 입에도 대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 호의를 거절하기 힘들어, 술을 들이키고 말았다. 빈 속에 싸르르 하니,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그 이름도 모를 비싼 술…….요런 것들은 저런 술만 처먹고 살길래, 저렇게 씹을 조져 돌리나 싶었다. 그런데,

‘딸깍!’

안방 문이 열리면서 쏟아져 나온 것은 이른바, 우리 계단에서 내 사업에 동참하는 다른 일곱 명의 아줌씨 들이 아닌가? 온통 벌거벗고 내 앞에 그 아리따운 몸매를 드러내며, 야시런 미소를 날리기 시작하는데,

‘아쟈씨, 사업도 좋지만, 오랜 파트너에게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가격인하나 리베이트 뭐 그런거이 오가야 제 맛 아닌가?’

아직까지 나머지 일곱 명과 다르게 옷을 입고 있는 603호 싸모님의 교태 어린 목소리. 갑자기 사타구니가 짜르르 하니 찔려 오면서, 눈이 화끈해지기 시작했다.

‘긍게, 저도 일찌감치 생각은 허고……’

‘생각만 하시면 뭐하나? 스피드 시대에 생각나면 바로 질러야쥐, 안 그래요? 아쟈씨? 어차피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고 내둘르는 이 판국에 파트너끼리 섭하면 안 돼잖수?’

‘그려도 약속은 약속…..’

‘그러게 약속을 하자니깐 두루?’

‘뭔 약속이요?’

‘이제까지 아쟈씨 해오던 대로 열씸히 본업에 충실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신나게 돌려 대고, 그 사이, 월말 결산에서 눈치껏 틈이나 만들어 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니겄어여?’

‘아니 뭔 틈이라고라?’

‘못 들었댄다! 귓밥 봐라! 그럼 신나게 씹밥 맛 좀 보여 줘라. 까짓거!’

그건 그야말로 씹밥 이었다. 보지가 터지도록, 좇대가리 요절 나도록, 일곱 명의 길난 보지들이 거푸 차례로, 들이대는 대로 잡쉈다간 체할지도 모르는 그 씹밥을 멕이자고 덤벼 오는데, 고 놈의 오리 궁댕이 아줌씨가 우선 내 바지를 싸그리 벗긴 뒤에, 어디서 갖고 왔는지, 술에 탄 약 기운으로 이미 벌떡 서버린 내 좇대의 밑둥구리 에다 노끈을 묶어 버리고는 기어이 씹을 돌려 대는데, 이건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었다. 술에다 약을 넣었던지, 좇대는 꺼질 줄을 몰랐고, 좇대의 밑동아리가 묶여 있다 보니, 사정은 어림도 없었다. 한 년이 앉아 있는 내 좇 위에 올라타고, 정신 없이 말 타고 내려 오면, 딴 년이 바톤 탓취!, 그 사이에 내 앞에는 소파에 발라당 올라가서 가랑이 벌리고 입 안 가득히 보지까지 들이대서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그 뿐인가? 양 손 바닥에는 그 놈의 질척이는 보지를 까 놓고는 디리 쑤시라고 엉덩이를 내 쪽으로 양쪽에서 밀어 제끼니, 이건 모두지 뭐가, 뭔지……

‘윽윽… 아쟈씨 이제 보니, 경비만 하기는 좇나 아깝다….윽윽…..’

‘504호, 고만 좀 쑤시고 내려와, 나 좀 박아 보게……아주 씹물로 목욕을 시켜요, 시켜….’

‘어휴, 내가 못 살아. 이런 물건을 두고 내가 미쳤지….윽윽윽…..’

‘내가 뭐래? 거래는 트고 흥정은 붙이고, 좇대는 담궈 봐야 안다고 그랬잖아?’

아주 지랄들을 해요…….그 와중에도 가장 바람기 많다고 소문난 603호 아줌씨는 옆에 둘러서서 내 젖꼭지를 살살 혀로 돌리면서 마지막까지 일곱 명의 보지들이 씹밥을 쳐 멕일 때도 꼼짝 않고 나를 구슬렀다.

‘다 까자는 게 아니고, 반까이(반절:50%) 하자는 거지 뭐. 게다가 반까이 조건으로, 한 달에 한번씩 이렇게 떼사리로 씹밥 먹여주는 조건, 어때? 좋잖아?’

나는 대답도 못하고 그저 그러자고 고개만 흔들 뿐이었다. 그 일곱 명의 보지가 내 대답이 떨어지기 전까지 교대로 올라타서 조져 놨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괴로웠겠는가를! 옛말에 이르기를, 뛰는 좇대 위에 나는 보지 있다는 말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는 것을, 나는 구구절절 뼛속 깊이 실감하고 있었다. 일곱 명의 보지들이 웬만큼 박아 돌렸는지, 마지막으로 603호가 나의 좇 위에 올라탔다. 뒤에서는 방금 전까지 묶어 놓았던 노끈을 풀러 주고, 마지막 휘날레를 603호가 하게 하도록 도와 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내가 사정을 하기도 전에 603호는 그 쫄깃한 보지를 내 좇에서 쑤욱 빼더니만, 나머지 여자들을 내 앞에 도열시켜 무릎을 꿇고, 얼굴이 나를 향하도록 시키는 것이었다. 그녀도 그에 동참해서 나를 바라보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까지 참고 있던 좇물을 그녀들의 얼굴을 향해 뿌릴 수 밖에 없었다. 영화에서 많이 봤걸랑……..

‘윽윽윽윽……’

내가 봐도 정말 많이 싸 재끼고 있었다. 속전속결로 끝난 거래와 흥정….. 나는 비틀거리는 다리를 후둘 거리면서 그 집을 나왔다. 정확히 45분이 소모 되어 있었다. 역시 배태랑은 배태랑 들이었다. 그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들, 남편들이 눈치 챌 수는 없을 것이었다.

나는 다음 달, 또다시 씹밥을 자시고는 반절로 깎아 내린 사업비를, 기어이 다시 3분의 1로 깎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돈이 좋기로서니, 이웃 사촌 간에 돈으로 인심을 잃는다는 것은 내 양심이 허락치를 않았을뿐더러, 속으로 열나 욕을 해대던 그 놈팽이의 대열에 나도 발을 담그게 되었다는 송구스러움이 그렇게 했던 모양 이었다. 또 하나, 내가 그 조건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던 다른 이유를 들라면 그 놈의 몰카 때문이었다. 그 시간까지 603호의 집에 있던 놈팽이 자슥이, 숨어 설랑은, 여덟 명의 아줌씨들 얼굴에 호스로 물 뿌리듯이, 좇물을 쏴대는 내 모습을 고스란히 찍어 놓은 것 때문이기도 했다. 내 수중에는 X파일이, 그들의 수중에는 몰카가 있었기에, 묵언의 약속은 이제까지 아무런 뒤틀림도 없이 잘 견디어 오고는 있다. 하지만, 씹밥의 곡기가 끊어질 조짐이 보이고, 허튼 수작이 나오기만 허면, 나는 내 X파일을 몽조리 복사 해서는, 집으로 귀가하는 남편들의 면상에다, 뽄때 있게 안길 결심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내심 그런 날이 올런지는 자못 의심스럽다. 내가 자라온 세월 속에 밥투정이라고는 해본 역사가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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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은발의신사님의 댓글

밥투정이 씨밥 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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