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아름다운 여인

2024.01.05 12:54 7,759 4

본문

<야한 얘기 없음. 야설 좋아하시는 분은 건너뛰시길>


가장 아름다웠다고 생각되는 내 기억 속의 한 여인을 소개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남자 모자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백화점에도 한 귀퉁이에 몇 개의 샘플만 전시할 따름이고 재래시장에서는 품질 등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쓰던 오래된 모자를 바꾸려고 둘러보다가 명품점엔 있나 해서 롯데 명품점을 둘러보았다. 거기서도 찾지 못해 어느 여성복 매장의 문을 열고서는 문 앞에서 직원에게 아가씨, 여기는 남자 빵떡모자 파는 곳 없나요? 라고 물으니 이 아가씨가 내게로 오면서 내 어깨를 자기 오른팔로 감싸고 통로 쪽으로 나온다.

 

얼결에 그녀의 팔에 감싸여 나와 약간 당황스럽기는 했는데 그 여직원은 감싸 안은 팔을 그대로 두고 고개를 다소곳이 기울이면서 아주 편하고 상냥스런 말투로 엘리베이터 쪽을 가리킨다.

손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입구에 가시면 모자 매장이 있을 거예요.” 한다.

이렇게 연장자인 남자의 어깨를 감싸고 친절히 안내하는 매너를 가진 한국 사람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외국에서는 hugging이 일상적이고 또 남자가 여자에게 친절을 베풀 때 어깨를 감싸 안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특히 여자가 연장자인 남자의 어깨를 감싸 안고 안내를 하는 것은 처음 경험이기도 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었다.

 

얼굴을 보니 완전한 미인형이었다.

완전히 계란형의 얼굴에 이목구비가 하나도 과장이나 어긋남이 없이 균형이 완벽하였다. 키는 나보다도 커 보이는 데다 힐까지 약간 있어서 내가 귀 높이밖에 안 되는 듯했는데 몸매는 완전히 미스코리아감이었다. 복장은 검은색 정장이었는데 아하! 이런 외모의 여성이 단순히 매장의 점원으로만 있기는 아까워 보였다.”

 

나는 내심 놀라운 나머지 부지불식간에 근데 아가씨는 왜 이렇게 친절해!!”하니까 미소를 띠면서 나를 쳐다보는데 아주 우아해 보였다.

언행에 일절 과장됨이나 초싹거림이 없이 그 말하는 속도나 태도가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이 우아하고 세련된 것이었다. 나는 이 여자는 어떤 교육을 받기에 혹은 어떤 경력을 가졌길래 이런 서구적 세련미를 발산하는지 궁금했다.

 

내가 한국에서 처음 경험하는 색다른 친절이라 아가씨한테 식사를 대접하면서 얘기하고 싶은데 언제 시간 낼 수 있어요?”하고 물으니 어렵게 생각 마시고 문의하실 일 있으면 전화 주세요하면서 자기 명함을 준다.

명함엔 유리 킴, **상사 매니저라고 적혀있었다.

 

다음 날 전화로 그녀의 휴일을 택해서 하이얏트호텔에서 스카이라운지에서 저녁 약속을 잡았다.

 

로비에서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며 입구를 보니 정말 늘씬하니 멋쟁이 미스 킴이 들어오고 모습이 보였다. 걸어 오는 모습을 보니 무슨 패션모델 걷는 것처럼 경쾌하고도 걸음마다 땅을 꼭꼭 찍으면서 오듯이 힘 있어 보였다.

 

그날 한강뷰 스카이라운지에 앉아서 나도 멋을 좀 부린다고 냄새가 좋은 꼬냑을 반주로 주문했다.

그러면서 나의 관심은 그녀의 교육 배경과 어떻게 점원으로 일하게 되었는가에 있었다. 한국 사람하고는 결이 다른 사람 응대의 원천이 궁금했던 것이다.

 

들은 얘기를 간략히 하자면 부모님은 지방에서 조그만 책방을 하시고 자기는 고등학교 졸업 후 무역회사에 근무하다가 명품솝을 운영하는 지금의 사장님이 스카우트해서 매니저를 일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런 특이점이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과거였다.

 

나는 서양에서 몇 년 산 경험이 있는데 그때 느낀 점은 서양 사람들은 눈이 마주치면 우선 hello 또는 how are you부터 하고 함박웃음을 건네는 것이 문화이다. 눈도 큰 서양 사람들이 그러면 늘 구김 없고 활달한 모습이었다. “한국 사람들도 저렇게 순박하고 밝은 웃음을 웃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이라고 생각하며 부러워하곤 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칼과 나이프를 소리내지 않고 사용한다던가, 허리를 구브리고 턱을 괸다던가 하지를 않고 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실 때도 커피잔을 들어 받치고 잔을 입으로 가져다 조금씩 마시자 고개를 숙여서 마시거나 하지 않았다. 간혹 웃을 일이 있어도 정말 예쁜 미소가 전부이지 과하게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주 고도로 잘 훈련된 서양 매너인 것이었다. 나한테 한 자신의 과거 배경 얘기는 그냥 아무렇게나 꾸며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식사 내내 아름다운 꽃을 감상한다고 생각되었다. 말투, 목소리, 옷차림, 몸짓 등을 감상하면서 하는 대화 중에도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에 없어도 처음 만난 어색함은 없이 재미있게 대화를 한 것이다.

말하는 태도나 테이블 매너가 아주 교과서적이면서도 상대방에게 하나도 부담감을 안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그렇게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곤 다시 보지 못했다.

 

그당시엔 여자로서의 생각보다는 한 인격에 대한 궁금함이 더 많았기 때문인지 야설에 쓸만한 욕구는 표출되지 않았다. 정말 멋진 인격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과 대화했다는 만족감이 있었다.

 

지금 미스 킴을 기억하고 야설에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그녀의 몸 안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우리 직장의 여직원들 간에 하는 대화 중 여자는 속옷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어…’ 라는 말을 흘려들은 적이 있다. 그 후로 나는 여자의 겉옷도 물론 중요하지만 언더웨어를 청결하고 신경 써서 입었다는 생각이 안들면 그 순간 매력이 훅 떨어짐을 느끼곤 했다.

미스 킴의 그 당시 속옷은 무엇을 어떻게 입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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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4

연화님의 댓글

연화 2024.01.05 13:33

와~~우
매력있는 분이네여
에이참님도 멋있어요
저 또한 고객님들을
자주 뵈어야 하니
품위있는 멋을 갖추고싶네여
다시 한번 저를 돌아봅니다
감사합니다
야설보다 훨씬 값진
내용 고맙습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

으르렁님의 댓글

언더웨어를 어떤것을 입었는지 알수가 없는데
잠자리 까지 가야 알수있죠 투시 안경을쓰고 봐야 하나
제 아내는 예삔것으로 사줍니다  ㅎㅎ

에이참님의 댓글

그때는 볼 계제가 아니어서 못봤지만 이 야설을 쓰면서 "여자는 속옷을 보면 알 수 있어" 라는 여직원의 대화와 관련하여 이 여인은 어떻게 속옷을 입었을까? 남 다른 무슨 매력이 속옷에도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과 보지 못한 아쉬움의 표현을 마지막에 적은 것입니다.
자주 뵈요.

노팅힐님의 댓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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