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못 알아보겠네 (2)

2024.01.17 18:30 9,998 2

본문

(야시시, 음란 내용 없음. 이런 것 원하시는 분은 건너 뛰시길)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그녀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침에 근방 다방에서 커피나 하자는

것이다.

나가 보니 그녀와 그녀의 동료가 같이 나왔다.

그녀는 어제 일을 잊었는지 일부러 모른 척하는건지 모르지만 천연덕스럽게 어제

잘 들어 가셨냐고 안부를 하며 동료 여직원 유**대리를 나에게 소개한 후 나를 그녀에게

소개한다.

유 대리한테 늘 말했던 분이 이분이셔라며 아주 좋은 분이라고 나를 소개를 한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미스 최가 자주 얘기 해요.”

아이구 뭐.. 흉이나 안 보는지 ㅎㅎㅎ

흉은요얼마나 칭찬하고 좋아하는지요, 하도 좋게 얘기해서 저도 뵙고 싶었어요.”

라고 나를 좋게 얘기한다.

미스 최는 그 동료 직원에게 너도 안면 텄으니 팀장님하고 자주 연락하면서 커피도

뺏어 먹고 그래 ㅎㅎㅎ.” 하면서 친구에게 농담도 한다.

그렇게 간단한 모닝커피를 마신 후 나는 계면쩍은 면이 있어 연락하지 않았다.

최 대리도 그간 연락이 없어 모닝커피 마신 후 만난 적이 없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출근길에서도 못 보았다.

 

생각난 김에 전화를 해 보았다. 유 대리가 받는다.

감사합니다, **물산 유 대리 입니다.”

저 김 팀장인데요, 최 대리 안 계십니까?”

“…….” 한참을 말없이 있더니 최 대리 퇴사했어요. 모르셨군요.”

아니 갑자기 무슨 일이왜 퇴사했대요?”

저기 아예 모르시는 것 같은데 뵙고 말씀드리는 게 좋을 듯한데요어떠세요?”

나는 물을 것도 없이 당장 만나자고 약속하고 그날 저녁에 약속을 잡았다.

유 대리한테서 들은 얘기는 이렇다.

나와 모닝커피를 하기 전날 최 대리는 이미 사표를 내서 수리가 확정됐다고 한다. 자기

(유 대리) 그 후임이 되었다고 한다. 사표 수리가 확정된 날 자기한테 오늘은 김 팀장

님과 밤새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예고를 하더란다.

이제 회사도 그만두고 완전 자유야!!. 오늘은 김 팀장하고 끝까지 가볼 테야!!”

드디어? 무슨 언질이나 힌트가 있어? 잘 해봐.”라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러더니 아침에 퇴직 인사하러 사무실에 와서 불쑥 김 팀장하고 모닝커피 하려는데

같이 갈래?” 라고 하길래 밤새 좋은 일이 있었나보다생각하였고 최 대리한테 얘기를

많이 들어서 자기도 김 팀장님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합석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눈물을 보이더란다. 속으로 뭔가 잘 못

됐구나.”라고 짐작만 할 뿐 아무 것도 못 물어봤다고 한다.

회사에서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에는 자기도 다시 보지 못했고 연락도

안 된다고 한다.

 

나는 최 대리가 나에게 품은 감정을 눈치로는 알았었지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최 대리가 나한데 어떤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 유 대리에게 물어 보았다.

 

유 대리는 긴 한숨을 쉬더니

정말 최 대리가 안됐어요…”

그러면서 최 대리 주변 얘기를 한다.

최 대리 가족 상황은 상당히 불행한 형편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2살 때 가출해서

지금은 생사도 모른다고 한다. 어머니가 어렵게 생활을 꾸렸는데 그마저도 고등학교

졸업 직전에 돌아가셔서 자기가 회사에 다니는 것도 못 보고 가신 것이 한이 된다고

하였다. 다행히 취직이 잘 되어 저 한 몸은 먹고 살 수는 있었지만 회사에서 누구와

어울리지 않고 늘 외로운 모습으로 생활하였다고 한다.

그러다 1년 전쯤부터 활기를 찾고 명랑하게 직장 생활을 했다고 한다. 직장에서 그나마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자기(유 대리)뿐인데 그때부터 자기가 팀장님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 말이 없던 사람이 자기하고도 말하는 빈도가 잦아졌다고 한다.

그녀가 내게 말한 자초지종은 이렇다.

김 팀장님을 만났는데 내 이름을 기억하더라며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하더니

자기가 팀장님을 좋아하지만 자신이 갖기에는 자신이 초라하다며 우울해하거나

그렇게 만나서 차도 마시고 식사를 해도 팀장님은 덤덤한 표정이야. 나를

좋아할 수 없는거야?” 라며 한탄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그와 인생을 같이 못해도 좋아. 그냥 좋아한다는 말만 한 번 들으면 더 안 바래

라며 안타까워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사표를 낸 날 오늘 밤새 김 팀장과 보낼 거야라고 하기에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회사도 그만두고 그런가 보다라고 추측만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날 모닝커피를 마시고 오면서 우는 모습을 보고 일이 잘못되었구나라는

생각에 김 팀장님께 물어보고 싶었지만 잘 아는 처지가 아니라서 여태 마음으로만

궁금하게 여기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그날 예스터에이와 투모로우에서 술과 춤을 추고 자정 넘어서 택시 태워 보낸 게

전부라고 얘기해 주었다.

내 얘기를 들은 유 대리는 말을 이어간다.

내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 쏟아붓고 갈 거야.”라고

하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다고 전해 준다.

김 팀장님은 최 대리 마음을 전혀 모르셨어요? 아님 모른 척 하셨어요?” 라고 묻는다.

사실 나는 그녀를 고등학생 때부터 알아온 터라 그렇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은 없이 대견

하다는 생각만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적극적으로 몸을 가까히 할 때도 왠지 모를

간격을 느껴 살을 맞대기에는 꺼림직함이 있었다.

 

최 대리는 이 세상에서 김 팀장님과 저 딱 두 사람하고만 알고 지내는 사람이었어요

라며 최 대리가 불쌍하다며 눈물을 닦는디.

유 대리한테 들은 얘기도 시원한 내용은 없고 궁금하고 쓸쓸한 마음만 남았다.

 

퇴직 후 약 1년쯤 돼서 직원 한 명이 남대문 건널목에서 최 대리를 마주쳤다고 한다.

최 대리님 아니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도 못 알아듣고 멍하니 그냥 지나치더란다.

더욱이 눈에 총기는 다 빠졌고 맨 얼굴에 옷 매무새는 형편없이 지저분 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소식을 건네 듣고 내 마음이 아직도 아린 것은 그녀의 마지막 눈빛 때문이다.

택시에 타면서 나를 쳐다본 눈빛은 마지막 희망을 잃은 절망의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그 우울한 눈빛이 지금까지 최 대리를 기억하는 이유이다.

 

그녀의 속마음이 모든 것을 나에게 쏟아붓는 것이었다면 내가 그날 그녀를 받아

주었어야 옳았을까?

 

나는 사실 최 대리와 큰 인연으로 묶인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따스함이 그리운

한 인간의 의지하고픈 마음을 몰라준 것이 그녀가 더 불행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

것처럼 여겨져서 마음이 아플 뿐이다.

 

그녀를 다시 만나도 이젠 더 몰라볼 것이다. 전철이나 버스에서 마주쳤는데

그녀는 나를 알아보았는데 나는 또 몰라본 경우가 있지 않았는지 염려스럽다.

풍문이라도 그녀가 지금은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끝까지 읽어 주심에 감사.

2
로그인 후 평가 가능합니다.

댓글목록 2

황조롱이님의 댓글

슬프군요...

에이참님의 댓글

이 여자는 행복을 찾지 못했을 거라는 예상이 듭니다. 그래서 안타깝죠. 홀홀 단신의 삶이 쉽겠어요..

전체 6,245 건 - 140 페이지
제목
에이참 6,079
천안11 8,832
아무게 5,642
미키 17,033
공조 11,229
피치카토 10,679
똘똘이잉 7,165
에이참 5,684
미키 6,995
아무게 8,312
아무게 4,530
아무게 4,214
흔들고 19,511
아무게 5,957
아무게 7,456